매일신문

잠잠하던 北風, 생각보다 '강풍'

朴정권 집권초 강경 가능성 커…당분간 북한 리스크 악재 될 듯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속담처럼 국내 증시에 바람이 가시질 않는다.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 등 대외 호재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지수가 이번에는 북한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20일 2,024.64포인트(p)로 거래를 마친 코스피지수는 이후 12거래일 연속 2,000선을 유지하며 상승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한미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된 이후 북한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14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내내 2,000선 아래를 밑돌다 장 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며 겨우 2,000선(2,002.13)을 지켜냈다.

그동안 북한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코스피지수는 2.41% 하락했지만 5일 후 주가를 회복했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도 주가는 3일간 떨어지다 회복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북한 리스크는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 강도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전협정 효력 백지화와 남북 불가침 합의 폐지를 선언한 데 이어 남북 직통전화를 폐쇄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은 출범 1주년을 맞은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을 위해 강성 기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작고 우리 정부 역시 집권 초기 북한 문제를 강경하게 다룰 가능성이 커 북한 리스크가 당분간 국내 증시를 괴롭히는 악재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천안함 3주기와 김일성 출생일, 조선인민군 창설일 등 추가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일정이 남아 있는 4월 말까지 북한 리스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일어나면 시장의 조정 형태가 이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대응 역시 이전과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북한이 국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지속할 수 있다. 북한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환율이다. 환율 급변동이 시장 리스크로 분류돼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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