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건강을 지키는 소식(小食)

한국은 끼니 걱정은 없는 나라다. 노숙자들이나 극빈자들에게도 무료로 급식하고 가난한 학생들도 주위 다른 학생들 모르게 학교에 무료 급식을 제공받고 있다. 누가 굶어 죽었다는 소식은 거의 없다. 한국인이 세 끼를 배불리 먹게 된 것은 불과 몇 십 년 밖에 되지 않는다. 수렵문화 시대에는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며칠씩 굶어야 했고, 농경문화 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춘궁기에 죽이나 풀뿌리로 연명했다. 조선시대에는 하루 두 끼를 먹었다. 그때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 적게 먹더라도 운동량이 많았다. 많은 운동량 때문에 성인병이 현대보다 적었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민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국가의 목표요 지도자의 꿈이었다. 그때의 가난이 한국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1980년대 들어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인은 끼니 걱정은 사라졌지만 궁핍할 때보다 더 큰 건강의 적신호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식과 포식이 다양한 형태로 한국인의 몸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과식은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과 연관돼 있다. 특히 당뇨병은 불필요한 칼로리가 몸으로 너무 많이 들어와 다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인체는 필요한 에너지와 기초 대사량만 쓰고 남은 것은 나중을 위해서 지방으로 간이나 피하 내장지방 형태로 비축한다. 기초 대사량은 하루 한두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물론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따로 보충을 해주는 것이 좋지만.

많이 먹으면 지방이 축적돼 이를 없애려면 매일 몇 시간씩 운동이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이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을 몇 시간씩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일본의 나구모라는 성형외과 의사가 일일 일식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필자는 하루 한 끼보다는 두 끼 또는 세 끼를 먹더라도 소식을 권한다. 물론 너무 적게 먹어 비타민 아미노산 철분 등의 필수 영양이 부족하면 몸에 좋지 않다. 그러나 건강 보조제, 비타민제가 다양하게 나와 있어 소식하면서 같이 먹으면 된다.

현대인의 과식은 과도한 외식과 회식 문화 때문이다. 특히 저녁 외식이나 회식은 열량이 높고 소금 성분이 많으며 인공화학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이 많다. 주류를 곁들이면 칼로리는 훨씬 높아진다. 소식한다고 결심하더라고 외식과 회식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소식과 운동이 가장 좋은 보약이다'는 말이 있다. 운동량이 많지 않으면 소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외식과 회식을 자제하여 과식과 폭식을 줄여 건강을 유지하고 성인병을 막자.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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