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朴 대통령 '인사 스타일' 이대론 안 된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사퇴했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새누리당은 서병수 사무총장까지 나서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한 후보자가 사퇴하기까지 6명에 이르는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후보의 낙마 사태는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인사위원회의 부실 운영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나 홀로' 인선 스타일이 합쳐진 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①추천 안 받고 '직접 낙점'…참모 추천보다 대통령 의지 우선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스타일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등 인사 시스템을 지금보다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제7, 제8의 낙마 사태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인사 검증 시스템의 도움을 받거나 참모들로부터 추천을 받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낙마한 고위공직자 후보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병관 국방장관, 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6명이다. 그런데 이들이 '창조경제'와 중소기업, 안보와 법치 등 박근혜 정부를 이끌어 갈 핵심 부처 수장들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단수 후보로 낙점했을 가능성이 높다.

②좁은 인재풀 '수첩 의존'…평소 염두에 둔 인사들 골라 기용

▷좁은 인재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좁은 인재풀도 잦은 낙마 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눈여겨봐 온 인사들을 적어 둔 '수첩'은 인재풀의 산실이라기보다는 '데스노트'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평소 염두에 둔 인사들을 단수 추천할 경우, 청와대 인사위나 검증 라인에서 '부적격'이라고 강하게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스스로 지금과 같은 인재풀을 넓히지 않고 단수로 낙점하는 식의 인사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이상, 낙마 사태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등 친박계 출신 가신이나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등이 모두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인사 문제는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③역할 못하는 '인사 검증'…민정 수석실 내 검증 시스템 약화

▷약화된 인사 검증라인

약화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곽상도 민정수석 아래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조응천 공직기강, 이혜전 법무, 임종훈 민원비서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위직에 대한 인사 검증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맡고 있다. 여기에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국정원 등에서 10여 명이 파견돼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사 수요가 폭주하고 있는 정권 출범 초인데도 지난 정부 때보다도 인원이 적다. 게다가 일부 행정관급은 신원조회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식발령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매달리면서 청와대 인선을 늦게 하는 바람에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됐다는 자성도 청와대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한 후 즉각 새 후보자를 인선하는 대신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 현 김관진 국방장관을 유임시키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 인선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