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컷대게 불법 조업 과징금 4만원 내면 적발 후에도 곧 재개

내륙·해양경찰 공조 구축, 먹는 사람도 처벌 홍보를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암컷 대게의 불법조업 및 유통이 갈수록 거대화, 조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뿌리 뽑기에는 처벌 수위가 그리 높지 않고, 해양경찰과 육지경찰과의 공조 단속까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울진'영덕'포항'경주지역 불법 대게(암컷 대게 및 체장 미달 대게) 조업'유통망 단속현황은 2008년 128건'141명이었으나 2012년 38건'53명으로 나타나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불법 대게 압수량은 2008년 10만2천7마리에서 2012년 9만639마리 등으로 나타나 오히려 늘어났거나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과거에는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대게 불법 조업'유통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범죄자 1명당 대게 처리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종철 포항해양경찰서장은 "최근 암컷 대게 등은 누군가 잡아 올리면 어선에서 육지로 옮기는 1차 유통망, 도매상으로 넘기는 2차 유통망, 다시 소매상에게 넘기는 3차 유통망 등 점조직 형태로 판매된다"며 "일종의 기업처럼 이들의 분업은 확실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조직폭력배 등이 개입해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수산자원관리법은 암컷 및 체장미달 대게를 불법 포획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먹은 사람 역시 유통업자와 같은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속 등 비교적 처벌수위가 높은 유통망에 비해 먹은 사람은 경고 및 훈방조치되며 불법 조업은 300만~4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밖에도 불법 조업자의 경우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뒤따르지만 1인당 4만원 정도의 과징금만 내면 곧바로 조업에 나설 수 있다.

불법 대게 유통망의 단속은 주로 해경에서 이뤄지는 까닭에 대게가 대구 등 내륙지역으로 이미 옮겨진 뒤의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항해경의 한 관계자는 "암컷 대게 등을 잡아서 넘기면 보통 한 번에 몇 백만원을 버는 데 벌금 몇 푼에 겁을 먹겠는가"라며 "대구나 구미 등의 재래시장에서 버젓이 암컷 대게를 팔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도 육지경찰들은 전문 소관이 아니라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경이 타지역까지 가서 단속을 펼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솜방망이 식'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합동단속반을 꾸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대게 자원의 고갈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김규원 경북연안자망협회장은 "유통망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단순 벌금형의 불법 조업 처벌을 징역 및 벌금형으로 상향하고 영업정지의 비율을 높인다면 아예 조업 행위 자체가 근절될 것"이라며 "법원과 육지경찰, 내륙의 지자체에서는 대게 불법 조업을 서민 생활범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돈이 궁한 어민들이 불법 조업에 나서는 일이 많지만, 어족자원의 씨를 말려 장기적으로 동해안 해상경제 전체를 몰락시킬 수 있는 중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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