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서구 비산 2,3동 주민센터. 노인복지담당 김선미(33'여) 주무관은 아침 일찍 주민센터에 나온 동네 노인 30여 명의 출석을 부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들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가해 공공근로 일자리를 얻은 노인들이다.
김 주무관은 이 사업에 참가한 노인들이 매일 출근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귀가 어둡고 출석부에 사인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노인들을 달래 출석 정리하고 일거리를 배분하는 데 20~30분이 걸린다. 게다가 월말이 다가오다 보니 노인 일자리 사업 참가 노인 임금 정산과 홀몸노인 요구르트 배달 사업, 경로당 안전점검 등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렸다. 김 주무관은 "아침에 출석 정리하는 30분 정도가 하루 쓸 힘을 다 쓰는 것 같다"며 "월말 일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고 말했다.
◆전화 한 통화 받는데 30분
비산 2,3동에 살고 있는 총 5천766가구 중 4천159가구가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이들 중 홀몸노인 가구가 814가구, 기초생활수급 가구는 549가구, 차상위계층 가구는 2천202가구 등이다.
이들과 관련된 업무를 계장을 포함한 3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날 오전 비산 2,3동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밀려오는 전화 민원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는 한 민원인은 전화를 받은 조윤아(33) 주무관에게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지원비가 안 들어온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냐"며 따져 물었다. 조 주무관이 지원비 입금 날짜를 확인시켜준 뒤에야 30분간의 통화는 끝이 났다.
이들에게 하루 동안 걸려오는 전화는 20~40통에 달하고 20~30분 내에 통화가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조 주무관은 "걸려오는 전화들은 '저 사람은 이러저러한 지원을 받았다는데 왜 나는 안 해주느냐', 또는 '어떤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왜 아직까지 혜택이 없나'는 내용이 전체 통화의 60~70%"라며 "궁금한 것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바로 전화하거나 주민센터를 찾아오는 민원인이 많다"고 말했다.
전화로 걸려온 민원을 처리하고 나면 밀린 공문을 처리해야 한다. 대부분 조사나 통계를 내서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다. 특히 올해처럼 타 부서의 업무가 복지 관련 공무원에게 집중돼버린 이른바 '깔때기 효과'가 나타난 경우에는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어떻게든 일과 시간 내에 업무를 끝내려고 하지만 오후 7시 이전에 퇴근하기는 쉽지 않다. 오후 11시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제법 많다.
◆주말에도 돌아가면서 출근
그나마 복지대상 아동'청소년이 다른 동보다 적었던 탓에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은 동에서 겪었던 초'중'고교 교육급여 신청 기간에 발생한 살인적인 업무량은 피할 수 있었다. 조 주무관은 "다른 동보다 교육급여 대상 아동'청소년이 적었다 하더라도 교육급여 신청 업무에 사회복지 공무원에 보조인력 2명까지 업무에 투입된 뒤에야 제시간에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말은 동주민센터가 문을 닫는데도 다짜고짜 찾아와 민원처리를 해 달라고 떼쓰는 민원인이 있다 보니 사회복지계 직원들이 돌아가며 주말 출근을 하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현장 방문은 엄두도 못 낸다. 비산 2,3동의 사회복지 업무 전반과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홍관표 사회복지계 계장은 "일주일에 10가구를 방문하기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쏟아지는 각종 민원을 처리하고 쉴 새 없이 내려오는 공문에 발목 잡히다 보면 일주일에 많아야 한두 번 정도"라고 고백했다. 현장 방문은 방문 대상자의 가정환경부터 건강상태, 심리상태 등등을 미리 파악해야 대상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준비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현장 방문을 하면 대상자와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사는 집 이곳저곳을 살펴봐야 하고 심지어는 청소를 대신 해준 적도 적잖기 때문에 1, 2시간으로는 끝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홍 계장은 "현장을 통해 대상자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사회복지 행정의 핵심인데 이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공무원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지금 시스템으로는 사회복지 공무원을 아무리 늘려도 일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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