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결혼합시다

1980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미국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팀 하딘의 노래 가운데 '만약 내가 목수라면'(If I Were Carpenter)이라는 곡이 있다. 1960년대 아이돌 가수 보비 달링과 자니 캐시, 윌리 넬슨 같은 컨트리 가수는 물론 레드 제플린의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나 마운틴의 기타리스트 레슬리 웨스트 같은 하드록 전문 가수도 리바이벌했던 명곡이다. 이 곡의 가사는 제목만으로 짐작하기 어렵다. 생뚱맞지만, 내용은 구혼(求婚)이다.

"내가 목수이고 당신이 숙녀라면, 그래도 나와 결혼해 주겠습니까? 내 아이를 낳아 주실는지요? 내가 숲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당신이 나를 사랑할까요?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내겐 누구보다 당신이 소중해요'라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싶어요"라는 아름다운 가사다. 오래전 국내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시켰던 '사랑한다'의 경상도식 표현이 '내 아를 낳아도'였는데 어쩌면 이 곡의 가사에서 따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13.3%만이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혼 남성은 25.8%였다. 2009년 조사의 16.9%, 23.4%와 비교하면 남성은 조금 높아졌지만, 여성은 3.6% 포인트나 떨어졌다. '꼭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를 합한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남녀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미혼 남녀의 인식이 크게 달라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신을 선호하고, 가정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세태 변화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경기 불황에 따른 취업난도 큰 원인이다. '결혼의 쇠사슬은 대단히 무겁다. 남녀 두 사람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이들도 함께 운반해야 된다'라는 유대 격언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는 '대다수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결혼하고, 남은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간다'고 했고, 미국 속담은 '웨딩 케이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물'이라며 결혼에 대해 악담을 퍼붓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 평생 함께할 것을 약속하는 결혼처럼 멋지고, 가치 있는 일도 흔치 않다. 삶의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겠지만 손님처럼 친구처럼(如賓如友) 서로 공경하고, 아끼며 살아간다면 결혼은 무엇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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