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수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물산업은 21세기의 황금시장(Blue Gold)으로 불리며 무려 5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물기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공공부문의 예산을 절감하며 시장을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수자원산업의 세계적인 시장개방과 표준화에 대비하여 경쟁력 확보 및 세계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연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세계 수자원산업의 규모는 4천828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까지 세계 수자원산업 규모가 8천6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OECD는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전체 수자원산업에 대한 수요를 1조3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세계적 수자원산업의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세계 주요 기관들의 전망보다 수자원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수자원산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2011년 기준 약 0.4%에 불과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물 공급 인프라 측면에서, 대우'삼성'두산중공업'현대 등 민간 대기업은 해수담수화 플랜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역량 결집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수자원산업 정책 방향은 1997년 하수도 민영화를 도입한 이후, 2010년 제안된 '수자원산업 육성전략 및 해외진출 전략'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으며,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관통해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고 있는 전략이다. 각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상수도를 권역별로 통합(164개→39개)하고 하수도 운영도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 8개를 육성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전략은 아직 가시밭길에 놓여 있다. 수자원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한데 논의는 여전히 겉돌고 있다. 우선 수자원산업 육성과 해외진출 전략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이 17'18대 국회를 이어 19대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 걸쳐 있는 물관리 업무를 통합적으로 운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처 간 이해관계를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물관리기본법안이 국회에 다시 제출됐지만 얽혀 있는 실타래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같은 맥락에서 상수도 통합화도 더딘 걸음을 걷고 있다. K-water와 한국환경공단 등이 상수도 통합운영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상수도 운영권을 수탁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물 민영화 및 수도요금 인상 우려'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고전하고 있다. 수자원산업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금수강산'이라 불리며 물 맑고 풍부했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물 부족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이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천470㎥ 이라고 한다. 이는 매우 적은 수치로 우리나라가 현재 OECD 유일의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고 있음을 잘 설명해주는 지표이다.
물 부족은 비단 우리나라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이상기후로 홍수 및 가뭄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결과로 가용 수자원은 감소하는 반면 물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댐 및 하천의 개발을 통한 홍수조절 및 가뭄피해 해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과 관련된 환경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수자원산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선진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수자원 관련산업을 발굴하고 수행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안심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길임을 정책 입안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손종야 대우건설 상무/대구경북지역 담당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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