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빚더미 하루빨리 탈출" 첫날 12,367명 가접수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 첫날…전국서 신청자 줄이어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본부에는 신청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사진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본부에는 신청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팍팍해진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반영하듯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 첫날부터 신청자들이 줄을 이었다.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본부는 아침부터 채무조정을 신청하려는 민원인들로 북적였다. 한때 대기자들이 7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사 측은 서류를 접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볼일을 본 뒤 다시 방문해 상담을 받으라는 안내를 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본부를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80명을 넘었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김 모(53)씨는 "몇 년 전 경제위기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장사를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아 여기저기 빚만 지게 됐다. 대리운전 등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벌이가 워낙 신통치 않아 빚 갚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어느 정도 빚을 감면해 주면 어떻게든 나머지 빚은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도 종일 채무 부담을 덜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날 가접수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를 찾은 사람은 150명을 훌쩍 넘었다.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도 평균 20~30명에 달했고 기다리다 못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7명의 직원이 가접수를 받느라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었다.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시 서민금융종합센터에도 전화통이 불났다. 채무조정 신청 자격과 절차 등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면서 5대의 전화가 잠시도 쉬지 않고 울려 댔다. 이에 따라 대구시 서민금융종합센터 직원들은 하루 종일 전화 응대를 하느라 잠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NH농협은행과 국민은행 영업점은 상대적으로 덜 붐볐다. NH농협은행 성서지점의 경우 문의 전화는 20여통 걸려 왔지만 영업점을 방문해 가접수를 신청한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이는 이들 은행에서 가접수를 받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가접수 첫날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모두 1만2천367명이 채무 조정을 신청했다. 가접수 첫날부터 신청이 쇄도한 것은 하루빨리 빚 독촉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접수를 하는 즉시 채권 추심이 중단되기 때문에 사채업자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늦게 신청한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다. 하지만 채무자 입장에서는 채무 독촉의 고통이 크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신청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접수 기간에 신청을 해야 채무감면비율을 10%포인트(p) 우대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은 가접수 뿐 아니라 본 접수 기간에 신청을 해도 비신청자에 비해 채무감면비율을 우대한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관계자는 "첫날 가접수를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가접수 기간에 신청을 해야 채무감면에서 우대를 받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신청자들이 몰리면 시간에 쫓겨 충분한 상담을 해 줄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가접수는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며 본접수는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루어진다. 가접수 기간에는 신청만 받고 채무조정 대상 여부 및 감면 비율 등은 5월 1일 이후 결정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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