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초등학생들은 운동선수, 연예인, 교사라고 대답할 것이고(지난 1월 실제 조사 결과이다),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수없이 써왔던 '귀사에 입사해서 귀사의 발전을 위해 최고의 사원이 되는 것'이 그들의 꿈일 것이며, 직장 초년생들은 '최연소 임원 승진을 한 이사님'이 되는 것이 꿈일 것이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미혼이라면 각자가 꿈꿔왔던 삶의 반쪽을 만나는 게 꿈이라고 말할 것이다. 꼭 무언가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닐 텐데 꿈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남들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무언가가 '되는'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대학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대학신문의 수습기자를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한 적이 있었다. "학생은 꿈이 뭐지요?"라는 면접위원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는 꿈이 없는데요?"라고 대답하던 학생을 접하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입학한 지 한 달 남짓, 많은 학생들이 아직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생산적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즈음에 나름대로의 꿈과 사명감을 갖고 수습기자에 지원했으리라 하는 기대가 있었기에 그 학생의 대답에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나 더 절망스러웠던 사실은 꿈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 모습이 비단 그 학생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기성세대로서 꿈이 없는 젊은이를 마주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현실은 없다. 꿈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다는 것이며, 꿈이 있어야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 꿈꿀 수 있다면 그 일을 할 수도 있다. 어제의 꿈이 오늘의 희망이 되고, 내일의 현실이 되는 것이다. 만일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력하였는데도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진짜 슬픈 현실은 한 번도 꿈꿔보지 않은 것일 테니까.

면접을 마치고 돌아와 책꽂이에 꽂혀 있던 '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기성세대의 한 명으로서 꿈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시달렸음이 사실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이 소설의 주제를 몇 개 단어로 정리해 본다면 도전과 사랑과 자유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모험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교훈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다른 갈매기와는 달리 비행 그 자체를 사랑해서 비상을 꿈꾸는 조나단은 결국 다른 갈매기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되고 끝내 그 무리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 그러나 조나단은 이런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중고등학교 시절 이 소설이 자주 인용되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최근 내 주위의 기성세대들에게 "당신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보았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이 "이 나이에 꿈은 무슨!"이란 말이었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늙지 않으며, 이상을 잃었을 때 비로소 노화된다고 말한 사무엘 울만의 말처럼, 비단 '꿈'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더 이상 꿈꾸지 않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 미루면서 그저 남이 보기에 그럴듯한 일들만 하거나 비겁한 타협 속에서 살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최후의 순간 "너의 삶을 살았느냐?"는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죽는 순간까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 생각이 현실이 된다고 했다. 마음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생각이 마음에 가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인생에 나타날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는 존 업다이크의 말처럼, 성공은 꿈꾸는 자의 것이고, 긍정적 마인드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만 있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어보고 싶다.

김미경/대구가톨릭대 교수·호텔경영학과 mkagnes@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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