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는 대체로 광역단체장 중에서 나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하더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주자로 나올 수 있는 광역단체장이) 우리 새누리당보다 많다."
김문수(62)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으로 자신의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김무성 이완구 안철수 등 여야의 '거물' 정치인들이 속속 귀환함에 따라 꿈틀대고 있는 정치권의 권력 지형 변화를 김 지사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이미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것도 따지고 보면 여권 내 차기 경쟁 구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홍 지사와의 관계에 대해 "나쁜 관계가 아니다"며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 충돌하는 모양새로 비친 것에 대해 "홍 지사의 성격이 급해서 그랬지. 또 본인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홍 지사를 (차기) 경쟁자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더 이상 밝히기를 꺼린 것은 자칫 확전을 우려한 때문이다.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대해 그는 한 특강에서 "1%만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유지하겠다"며 홍 지사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답변을 했고 이에 홍 지사가 "경기도 살림이나 잘하라"며 발끈하고 나서자 입을 닫았다.
김 지사와 홍 지사는 15대 국회 때 함께 한나라당에 '수혈된' 개혁 그룹의 일원이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합을 했고 홍 지사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 박 대통령과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한 바 있다.
"(홍 지사와)대립각을 세울 생각이 없다. 경기도 도립의료원도 경남과 똑같다. 의료원 노조 중에서 경기도립의료원이 최강성 노조다. 취임했을 때 경기도립의료원의 재정은 더 나빴지만 꾸준하게 개선해서 좋아졌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이 나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공공이 담당해야 할, 민간이 돌아보지 못하는 구석진 곳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재선 임기 중인 김 지사에게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 것인지 여부를 물었다.
"경기도지사로서 내년 6월까지 도지사직을 열심히 수행할 것이며 거기에는 한 치의 틈이 있을 수 없다"며 즉답을 피하던 그는 자신이 최장수 경기지사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3선 도지사는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여의도 정치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뷰 마지막에 그는 "경기지사로서는 많이 했다. 정치는 여의도에서 이뤄지는데 나는 변방 사람"이라며 여의도에서 이뤄지는 정치의 본령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훨씬 전에 결정을 내릴 것인데 너무 늦게 하면 여러 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정치권 상황에 따라 조기에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시사했다.
-경기도지사 경험이 정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가.
"물론이다. 미국의 거버넌스는 (행정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다르다.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역사가 짧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1980년대 노동운동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는데 요즘 김 지사는 강한 보수 정치인이 됐다.
"그 당시 노조를 강성으로 했다기보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노조가 파괴되고 못 하게 됐다. 합법노조가 안 되니까 노동운동을 한 것이다. 1987년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 87년 이전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단결권이라도 있었던 것에 비해 더 열악했다. 그때는 오히려 5공 때보다 좋았다.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좋으면 좋은 것이다. 그 당시 국가와 국민이 놓인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노조도 지금은 노동운동 과잉상태다. 지금과 그때는 굉장히 달랐다. 정치도 군사독재였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상당하지 않으냐."
-80년대 이후 제도권 내 첫 진보정당인 민중당에서의 실험이 실패했다.
"그때 민중당은 진보정당이었다. 통합진보당 등 요즘 소위 '진보'로 불리는 정당은 종북이다. 종북과 친북 정당에는 진보라는 말을 붙여서는 안 된다. 퇴보다. 봉건세습을 추종하는데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그런 세력이 많아졌고 우리 사회도 (그런 세력을) 관용하고 또 잘못돼 있기도 한 세 가지가 합쳐진 현상이다. 미국에는 미국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이 미국 의회에 없다. 우리 국회에는 우리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진출해 있다.
제가 몸담았던 민중당은 종북이 아니었다. 북한을 긍정하지 않았다. 지금 통합진보당은 주사파라고 할 수 있다. 간첩행위로 처벌받은 김낙중 전 민중당 공동대표도 주사파라고 하기는 그렇다. 지금의 진보당은 체계적인 주체사상 공부를 한다.
그들에게 주체사상은 신앙이자 과학이고 이론과 실천이고 노선이다. 나는 감옥에 갔을 때 그들과 같이 공부를 많이 했다. 당시 구국학련사건으로 투옥된 김영환 씨 등이 같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사상적 순결성을 중시한다."
-요즘 통일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세대 내의 통일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우리 세대 내에 될 수 있다고 보지만 북한과 우리가 어떤 상관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가능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제1의 조건은 국제적 역학관계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중국이 변하고 있다. 지금껏 무조건 북한을 지원하다가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갖기 시작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과 테러까지 불사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와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의 6개 성 성장들과 교류하면서 중국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중국의 변화는 아주 긍정적이다. 속도가 문제지만 잘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역할을 촉진하는 것은 미국밖에 없다."
-정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박근혜정부 출범하고 나서 정치가 무기력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워낙 거물이고 비중이 크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인이다. 박 대통령이 빠진 자리를 메꿀 정치인이 아직은 없다. 박 대통령이 공간을 줘야 한다. 그런데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조금 달라지지 않겠느냐. 달라질 것으로 본다.
다만 새누리당도 대한민국 정통 주체세력이라는 정체성부터 재확립하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초선들이 대거 입성했는데도 개혁적인 목소리나 활기가 없다. 과거와 다르다.
"각자 자기 분야의 우수한 사람들인데 뽑은 다음 무슨 미션을 준 적이 있는가.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학습과 공감과 피드백이 없었다.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이었으니 모두가 박 대통령 뒤만 따라다녔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가서 공백이 생겼는데 곧 잡혀나갈 것으로 본다.
그리고 우선 새누리당이 대한민국의 정통 주체세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 공동체 의식을 다잡아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이 있어야 진짜 정치가 바로 선다. 정치권에 눈치꾼은 많은데 애국자가 없다."
-그런데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하) 콘텐츠는 많이 있는데 잘 안 된 것이다. 현장에서 쓰이는 것으로는 나만큼 (콘텐츠가) 많은 사람이 없다. 박 대통령이 잘해야 나라도 잘될 것이다. 지금 굉장히 어렵다."
-경기도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껏 지방분권을 너무 하지 않았다. 지방에 권한을 넘겨줘야 대통령이 행복하고 지역 균형발전도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다만 '균형발전'은 구호로는 좋은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봉화와 포항과 구미가 균형발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일종의 이데올로기로서 상대를 공격하고 표를 얻는 수단이다. 봉화와 포항 구미가 어떻게 균형발전할지 그 방법을 내놔야 한다.
권한과 책임을 주고 분권을 해야지 권한은 다 쥐고 있으면서 균형발전하자는 것은 진실하지 않다. 국회에 있을 때는 지방이 이만큼 심각한지 잘 몰랐다."
그는 이날 지방분권을 강조했지만 사실은 중앙정부에 대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해 온 '수도권 중심론자'로 잘 알려져 있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 주장이 강하게 들리지 않았다. 사실상 비수도권의 절박한 생존논리를 외면해 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생각보다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섭섭해했다.
"경기도지사 하니까 경북에서도 찍어주지 않더라. 거참 희한하다. 밖에 나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더 예뻐 보일 것도 같은데…. 오히려 전라도에서 더 많았다."
영천이 고향인 김 지사는 대구에서 경북고를 졸업했고 노동운동을 하면서 만난 부인 설난영 씨의 고향이 전남 순천이다.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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