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빈혈

암 전조 증상일 수도…대수롭잖게 여기다 병 키울라

빈혈이 있는 경우엔 기운이 없고 피곤하며, 운동할 때 쉽게 숨이 차고, 맥박이 빠르며,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올 수 있다. 빈혈은 자칫 몸속에 숨어 있는 다른 병을 알리는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빈혈이 있는 경우엔 기운이 없고 피곤하며, 운동할 때 쉽게 숨이 차고, 맥박이 빠르며,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올 수 있다. 빈혈은 자칫 몸속에 숨어 있는 다른 병을 알리는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빈혈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질병 양상 중 하나이다. 약 5억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남성의 1~3%, 성인 여성의 10~15%가 철 결핍성 빈혈을 앓고 있다. 빈혈은 종종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결국 병을 키우게 된다. 빈혈은 혈액암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빈혈

주부 강순주(가명'56'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씨는 평소 쉽게 피곤함을 느껴서 동네 의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받은 뒤 빈혈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대학병원 혈액내과를 찾은 강 씨는 철분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철 결핍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런 종류의 빈혈은 생리가 있는 폐경기 이전의 여성에게는 비교적 흔하게 발견된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의 여성이나 남성의 경우에선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위나 대장 출혈을 고려해야 한다. 강 씨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대장암 3기로 진단됐다. 곧바로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거쳐 지금까지 3년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회사원 박은호(가명'48'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2년 전부터 입맛이 떨어지고 몸무게가 줄었으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통증을 느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특별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결국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암 검진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약간의 빈혈과 혈소판 감소가 발견됐다. 비타민 B12를 검사했더니 '악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악성 빈혈은 위에서 비타민 B12가 흡수되지 않아 발생한다. 빈혈, 혀의 통증, 소화 장애, 설사 등이 동반된다. 비타민 B12 주사를 매달 맞으면서 고생스럽던 증상이 모두 없어지고, 현재는 매우 만족스러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흔하지만 중요한 증상인 빈혈

앞서 강순주 씨의 경우처럼 대장암이 숨어 있어서 빈혈을 일으키기도 하고, 박은호 씨의 경우처럼 소화기 쪽의 이상만 생각하다 약간의 빈혈을 무시해 병을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빈혈은 숨어 있는 질환을 알려주는 하나의 중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저절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빈혈은 '적혈구량이 줄어든 상태'라고 정의하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진단할 때엔 편의상 '환자의 성별과 나이에 비해 말초혈액에서 혈색소(헤모글로빈: 적혈구에 있는 산소운반 단백질)의 농도가 줄어든 상태'를 빈혈이라고 말한다. 성인 남성은 혈색소 농도가 13g/㎗, 성인 여자는 12g/㎗, 임신한 여성의 경우는 11g/㎗ 이하인 경우 빈혈로 진단한다.

적혈구는 산소를 폐에서 공급받아 조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적혈구가 줄어들면 저산소증을 나타내는데 ▷기운 없음 ▷피곤함 ▷운동할 때 숨이 참 ▷맥이 빠름 ▷어지러움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만성 빈혈환자 중 일부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혈액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빈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가 필수다. 적혈구 외에 백혈구와 혈소판은 정상인지, 적혈구의 모양과 크기는 어떤지, 미성숙 적혈구가 보이는지, 적혈구 생성에 주요한 재료인 철분'비타민 B12'엽산은 충분한지 등을 조사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도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골수 검사를 하게 된다.

◆빈혈의 종류는 매우 다양

혈색소의 주재료인 철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철결핍성 빈혈, 혈구(적혈구 및 백혈구)세포를 구성하는 DNA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비타민 B12나 엽산이 부족해서 생기는 거대적아구성 빈혈,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없거나(무형성 빈혈), 피를 생성하는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는 빈혈(골수이형성 증후군, 백혈병, 고형 종양의 골수 침범), 피를 생성하는 능력보다 더 많이 피를 흘리는 경우(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위장관 출혈), 만성 질환 때문에 염증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생겨서 철분이 충분한데도 피 생성이 안 되는 급만성 염증에 의한 빈혈, 신장 질환이나 종양 때문에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인자가 부족해서 생기는 빈혈 등이 있다.

빈혈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가장 흔한 철 결핍성 빈혈은 원인을 찾아내서 부족한 철분을 보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인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원인 치료 없이 철분만 보충하면, 일시적으로 나아질 뿐 다시 재발한다. 음식물 섭취만으로는 철 결핍성 빈혈에 필요한 만큼 충분한 철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철분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철분이 보충되면 대개 2, 3일쯤 온몸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2주째부터 혈색소가 상승하기 시작해서 2개월 무렵에는 혈색소가 정상으로 회복한다. 그러나 몸에 저장되는 철분 복구를 위해서는 혈색소 회복 후 약 6개월에서 1년간 지속적으로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

신장에 병이 생겨서 빈혈이 오거나 일부 골수형성이상증후군(피를 생성하는 골수에 문제가 있는 것)에 의한 빈혈인 경우, '에리스로포이에틴'이라는 조혈제가 사용된다. 용혈성 빈혈(적혈구가 쉽게 파괴되어 생기는 빈혈)의 치료에는 면역억제제를 쓰거나 비장 절제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은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혈액암은 빈혈 동반

우리나라 암 등록 사업 보고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17만8천816명으로 위암이 전체 암의 15.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갑상선암(15.1%), 대장암(12.7%), 폐암(10.5%), 간암(8.8%), 유방암(7.1%)의 순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배성화 교수는 "이처럼 흔한 6대 암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홍보를 하고, 국민의 관심도 많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흔한 암이 혈액암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고 했다.

2008년 한 해 동안 8천6명의 혈액암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암의 4.5%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 백혈병뿐 아니라 다발성골수종,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골수증식종양 등 혈액암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배성화 교수는 "앞으로 혈액암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혈액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빈혈이 동반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혈액 검사만으로 진단되지 않는 빈혈은 골수검사를 통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배성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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