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분남(경산시 진량읍)
초등학교 동창생 상숙이는 마치 소녀같은 감성으로 사나흘에 한 번씩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의 풍경들과 비에 젖는 바닷가의 운치 있는 모습, 남해의 봄 소식을 휴대전화로 전송해주곤 한다.
싱크대 서랍 속에 들어있던 초등학교 동창생 주소록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마 중년의 고비를 지나며 마음이 수런거린 탓이었을 것이다. 20여 년 만에 경남 통영에 살고있는 친구한테 손 글씨로 쓴 편지를 보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편지가 연결해준 친구 상숙이와의 전화통화는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움과 어색함으로 "진짜 너 맞니?"라는 말로 서로를 확인해야만 했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와 옛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수다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6년 내내 부반장을 도맡아 하며 공부도 잘해 항상 1등을 하던 친구는 때로는 따라잡고 싶은 선의의 경쟁 상대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병원의 간호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친구는 자상한 남편과 서울의 명문대를 다니는 엄친아 아들을 둔 역시,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답게 모범적인 삶을 꾸려가며 잘 살아가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찍은 셀카 사진으로 20여 년 만의 서로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을 때 어릴 적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눈 양끝에 자잘한 주름이 잡힌 낯선 중년여성의 변한 모습에 한동안 아연실색하기도 하였지만 우리는 이렇게 내일모레 오십을 바라보며 늙어 가고 있었다. 중년 여성들에게 나이 들면서 필요한 다섯 가지는 첫째 딸, 둘째 돈, 셋째 건강, 넷째 친구, 다섯째 집이라는 우스갯소리에는 미묘한 의미가 담겨 있는듯하다.
마음이 맞아 말이 잘 통하고, 순하게, 사려 깊게,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초등학교 동창생 친구와 함께라면 매력 있는 중년의 삶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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