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車부품사, 기업사냥꾼에 먹히나

대주주 사모펀드 대표이사 변경 추진에 사측선 "일방적 임시주총 무효"

지역의 자동차부품 K사가 기업사냥꾼에 잡아먹힐 위기에 놓였다.

K사는 14일 대구 중구 노보텔에서 임시주주 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 소집은 K사 대표이사 대신 대주주 자격을 가진 사모펀드회사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 안건은 대표이사 변경 건이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대표이사는 주총 개회 선언과 동시에 해산을 발표했다. 회사 정관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임시주총 소집은 회사 정관상 미리 주주들에게 안건을 통보하도록 돼 있다"며 "특히 대표이사 교체의 경우 새 후보자에 대한 프로필도 담아야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의 경우 대주주가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 측과 회사 직원들 간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대주주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20여 명은 100여 명의 회사 직원들과 1시간가량 실랑이와 함께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이 출동해 물리적 충돌을 막았다.

결국, 대주주는 대표이사 교체에 대한 등기 서류를 작성, 법원에 제출했다. K사는 이에 대해 무효가처분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번 임시주총이 열리게 된 것은 과거 K사가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사태를 겪은 것이 원인이었다.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현 대표이사에서 펀드회사로 바뀌었기 때문.

K사는 2010년 560억원을 투자 받았다.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일부 지분을 넘기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투자 계약을 맺자마자 엔화가 1천100원대 후반에서 1천300원대까지 뛰었다. 투자받은 금액으로는 파생상품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회사 관계자는 "엔화가 조금 떨어진 뒤에 돈을 갚자고 펀드회사에 요청했지만 막무가내식으로 투자받은 돈을 다 쓰라고 했다"며 "300억원에 달하는 추가금액을 회사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워 당연히 계약이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하면서 경영목표 달성에도 실패, 펀드회사의 지분이 늘어나면서 대주주가 바뀌게 됐다. 이후 펀드회사가 일방적으로 대표이사 교체를 추진한 것.

이에 대해 K사 측은 정부기관의 돈을 끌어다 기업에 투자한 펀드회사가 오히려 기업을 죽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금을 돌려주려 하자 펀드회사는 18%에 달하는 이자를 붙여 1천억원을 요구했다"며 "국민연금 등 정부 기관의 돈을 끌어다 투자해놓고 악덕 사채업자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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