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80% 예방 가능, 30세 이후 정기검진 권장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해도 20여 종의 다른 고위험 HPV가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조치흠 교수가 복강경을 활용한 자궁경부암 수술을 하는 모습.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해도 20여 종의 다른 고위험 HPV가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조치흠 교수가 복강경을 활용한 자궁경부암 수술을 하는 모습.

자궁경부암은 자궁과 질이 만나는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차츰 약간의 하혈(질 출혈)을 보이다 출혈이 심해지고, 주위 조직으로 퍼지면 골반통, 아랫배 통증,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나중엔 자궁 앞뒤에 있는 방광과 직장까지 펴져 혈뇨나 혈변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상당히 진행된 것이어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 암 중 위암에 이어 발생률 2위, 사망률 3위다. 매년 환자 4천~5천 명이 발생한다. 최근 20, 30대도 증가세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경부암은 예방백신이 있는 유일한 암이다.

◆미리 백신 접종하면 80%가량 예방

거의 대부분의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때문에 생긴다. HPV는 약 1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암을 주로 만드는 바이러스는 크게 고위험군 15종과 저위험군 11종이 있다. 고위험 HPV 중 암 발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16번, 18번 바이러스. 전체 자궁경부암 원인 중 7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16번과 18번 다음으로 58번이 많이 나타나 다른 선진국들과 차이를 보인다. 사실 HPV에 감염돼도 일시적이며, 특별한 치료 없이 90%가량은 1, 2년 내에 없어진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수개월에서 1년, 2차례 이상 발견되면 자궁경부 상피세포(몸 표면이나 내장기관 내부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암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감염 전에 미리 예방접종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가다실'과 '서바릭스'라는 두 가지 예방 백신이 개발돼 있다. 백신 효과는 약 80% 예방하는 수준. 세 차례 접종하는데, 가다실은 첫 접종 후 2개월과 6개월째, 서바릭스는 첫 접종 후 1개월과 6개월째 2'3차 접종을 한다.

효과의 지속은 30년 정도로 보고돼 있다. 임신부에겐 백신을 권하지 않지만 접종기간 중 임신해도 임신부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체로 남은 접종은 출산 후에 하도록 권유한다. 한편 백신 접종 연령은 처음엔 9~26세로 권고했으나 최근 45세까지로 늘었다.

◆정기적인 자궁경부 세포검사 필요

자궁경부암은 세포검사나 바이러스검사 덕분에 눈부신 예방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발생률은 더 이상 줄지 않고 있으며, 사망률도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은 자궁경부암이 생기기 전 단계로의 진행을 막는 데 효과적이며 안전한 방법임이 입증됐다.

하지만 백신이 기존의 '자궁경부 세포검사'(팹스미어'Pap Smear)를 대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백신의 예방 효과 때문에 세포검사가 필요없는 시기가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은 산부인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기검진만이 예방의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산부인과에서 세포검사만 제대로 받아도 상당수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 만 30세 이상은 매년 한 번씩 정기검사가 권장된다. 70세까지는 정기검사를 권하며, 앞서 10년간 검사가 정상이었다면 70세 이후에는 검사를 중단해도 된다.

성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도 대상자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 즉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시행해야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신과 출산 횟수가 많은 사람들, 젊은 나이부터 성생활을 한 여성에게 더 흔히 발생한다. 성관계 후 출혈을 발견하고 이상하게 여겨 산부인과를 방문한 뒤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 86%

암의 진행 정도, 환자 나이, 다른 합병증 유무에 따라서 여러 치료법이 적용된다. 초기에는 배를 여는 대신 질을 통해 자궁경부를 원추형으로 도려내는 수술로 완치에 이를 수 있다. 암 2기 초까지도 자궁을 광범위하게 끄집어낸 뒤 추가로 방사선 치료를 한다. 경험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배를 여는 수술 대신 복강경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의 수술을 한다.

2기 말 이후의 경우, 수술은 곤란하며 방사선치료만 하거나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치료한다. 이 밖에 면역요법도 비교적 효과가 있어서 부가적으로 이용한다.

치료 후 5년 생존율은 1기 86%, 2기 67%, 3기 36%, 4기 10% 정도다. 다른 암처럼 진행도가 높을수록 생존율은 낮아진다.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조치흠 교수는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 성적을 좋게 하려면 무엇보다 정기검진이 중요하다"며 "알면서도 쑥스러워서 산부인과를 잘 찾지 않는 것이 여성의 심리이지만 40세 이상이면 매년 한 번 꼭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조치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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