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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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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고백문학서

아우구스티누스(AD 354∼430년)는 서양 고대사 최후의 위대한 인물이다. 그는 '히포의 주교'라는 중책을 수행하면서도 '고백록' '신국론'을 포함한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45세까지 자신의 삶을 신과 인간에게 진솔하게 보여준 '고백록'은 역사상 최초의 고백문학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구교 관계자에 의해 주로 국역되었으며, 번역서가 10여 종에 이른다.

'고백록'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45세까지의 삶이 기록돼 있다. 저자는 76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45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 이 책은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고백함으로써 하느님께 감사를 표시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획기적인 개심(改心)의 용기를 주려는 일종의 교훈서라고 할 수 있다. 고매한 주교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그릇된 행적을 감추고 싶을 텐데도 그는 용기 있게 자신의 옛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전부 13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0권까지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고, 11권부터 13권까지는 '창세기'를 중심으로 한 교리의 설명으로 되어 있다. 비신자들은 10권까지만 읽어도 무방하다.

작가의 긴 삶은 열정과 정력으로 충만되어 있다. 젊을 때는 이 열정이 수사학과 웅변공부를 통한 출세욕과 성욕으로 표현되었으며, 장년과 노년에는 학문탐구와 그리스도교 신앙 전파로 승화됐다. 어느 시대에나 인간의 열정은 무한한 잠재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우리는 한 위대한 인물의 극적인 양면성을 바라보게 된다. 개심하기 전에 저자의 삶은 아주 평범하지만, 개심 후에 보여주는 과거와의 단절은 인간의 위대성을 보여준다. '고백록'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신앙의 심화를 가져다 줄 수 있었으며, 비신자들에게도 개심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이 책은 청소년 시절이 비행과 범죄로 얼룩져 있을지라도 개심을 통해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심은 위대한 인물, 위대한 저서를 만남으로써 일어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의 여러 저서들, 고대 로마공화국의 철학자인 키케로의 저서, 밀라노의 주교인 암부로시우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 모니카를 만남으로써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위대한 삶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paidei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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