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해 치러진 6월 수능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이번 평가는 자신의 실력과 위치를 객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시 전략의 주요 자료로 사용된다.
8월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올해 수시모집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다. 하루빨리 쉬운 A형과 그보다 어려운 B형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결정하고, 목표 대학도 설정하는 등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 이번 평가의 과목별 출제 경향과 응시생들이 많이 틀린 부분을 짚어보고 이번 평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살펴봤다.
◆과목별 출제 경향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평가는 A형은 평이하게, B형은 다소 어렵게 출제돼 두 유형 사이의 변별력이 확보됐다. 이에 따라 A형과 B형을 선택할 수 있는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 경우 B형 가산점 등을 고려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국어 영역 경우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기존 수능 수준으로 출제된다는 B형뿐 아니라 B형보다 쉽게 나온다는 A형 또한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좀 더 어려웠다. A형의 문학 부문은 수필을 제외하면 모두 EBS 교재 속 제시문이 인용됐다. 소설 경우 지문 내용도 겹쳤다. B형에선 문학 경우 두 작품, 비문학 부문의 예술 지문이 EBS 교재 밖에서 나왔다.
수학 A형은 작년 수능 나형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증명 등 까다로운 문제보다는 계산 문제가 주를 이뤘고 기하 문제도 적어져 체감 난도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기형 문항은 한 문제로 출제돼 난도가 더 낮았다. B형 경우 작년 수능 가형보다 어려워졌다. 난도가 높은 문제들도 앞부분에 많이 출제돼 수험생들이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때 영어 A형은 쉬웠고, B형은 쉽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A형에선 어법을 묻는 2문항이 모두 3점, 빈칸 추론은 4문항 가운데 3문항이 3점짜리였다. 영어 B형에선 빈칸 추론 7문항 가운데 2문항에 3점을 배점해 A형과 난도 격차를 뒀고 어법도 1문항(3점) 출제됐다. 장문 독해에선 지문의 양이 작년 수능보다 늘었다. 인문, 사회, 경제, 정치,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소재로 한 독해 지문을 통해 꾸준히 배경 지식을 쌓으면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은 "이번 평가는 수시와 정시 유'불리 판단,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 추정 등을 통해 수시 지원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꼼꼼히 분석한 뒤 향후 학습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선택형 수능 도입으로 과거보다 좀 더 신중하게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응시생들이 많이 틀린 부분은?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은 학원생 2천여 명의 답안지를 분석해 국어와 수학 A'B형, 영어 B형에서 정답률이 낮은 문항들을 추려냈다. 수험생들이 많이 틀리는 문제 유형과 원인을 찾고 학습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다.
국어 A형 독서 부문 경우 기술 지문 21번과 사회 지문 28번이 난도가 높은 문항들이다. 21번은 지문 속에서 정확한 정답의 근거를 찾아야 하는 문항. 28번 경우 합리적 추론 능력이 뒷받침돼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문항이었다. 문법 13, 14번 정답률은 60% 안팎에 머물렀다. B형에선 독서 영역의 29번 문항과 문법 영역의 13, 14번 문항이 고난도 문제였다. 독서 인문 지문 19번 문제와 현대 소설 43번 문항도 다소 까다로웠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지도실장은 "고난도 문제인 문법 경우 문법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글을 읽을 때 문법 관련 지식을 적용시켜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평소 깊이 있는 독서와 신중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공부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학 A형 경우 30번은 상용로그의 지표와 가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문항. 29번은 역행렬을 이용해 행렬의 관계식을 구하는 과정과, 거듭제곱의 규칙을 찾는 문제가 연계돼 있어 난도가 높았다. B형 30번 문항은 미적분이 혼합됐고 계산 과정이 길어 힘들었다. 28번은 고차부등식의 정수해를 구하는 문항으로 다양한 그래프의 개형을 그리는 연습이 필요한 부분.
차 실장은 "각 단원별 기본 개념을 반복 연습하고 기출문제를 풀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실제 수능 때 문제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어 B형에선 현재분사와 과거분사 구별, 관계대명사가 유도하는 절의 성격 등을 묻는 27번 어법 문항과 빈칸 추론 유형인 35번, 36번 등이 까다로웠다.
차 실장은 "A, B형의 난도 차이를 둬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수능은 이번 평가보다 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어휘, 복잡한 구문, 깊이 있는 주제와 내용의 제시문 등을 충실히 익혀둬야 한다"고 했다.
◆6월 모의평가 활용과 이후 입시 전략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번 모의평가는 단순한 중간 점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3뿐 아니라 졸업생들까지 이번 평가를 치렀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고3 경우 이번 평가 결과 원점수는 지난 3월 치른 모의고사와 비슷한데 등급이 떨어졌다면 실제 수능 때 자신의 위치도 3월 모의고사가 아니라 이번 평가 결과와 더 비슷할 것이란 게 입시전문가들의 견해다.
수험생들은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과목별로 자신의 학습 방법과 태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잘못된 학습 방법이나 계획을 과감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에서 어떤 과목을 택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6월 모의평가가 끝난 지금 A형과 B형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A형보다 어려운 B형을 선택할 경우 가산점을 얼마나 주느냐, 두 유형 간 난도 차이는 얼마나 되느냐도 따져볼 사항이다. 상위권 수험생 경우 인문계열은 '국어 B-수학 A-영어 B', 자연계열은 '국어 A-수학 B-영어 B'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위권 이하 수험생인데, 영어 과목에서 어떤 유형을 선택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지성학원 윤일현 진학실장은 "중하위권 수험생 경우라면 영어에서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B형을 굳이 선택해 가산점을 노리기보다 과감하게 A형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젠 지원 전략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이번 평가 결과와 학생부 성적, 대학별고사(논술, 구술, 심층면접, 적성고사 등) 능력을 따져보고 수시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 3학년 1학기까지의 학생부 성적에 비해 모의평가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험생은 수시에서 합격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좋다. 반면 학생부 성적보다 모의평가 성적이 훨씬 좋은 수험생은 수시에서 소신 지원하고 정시까지 염두에 두며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BS 교재 학습도 놓쳐선 안 되는 부분이다. 이 교재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해야 한다. 상위권이라면 교재만 풀어도 되겠지만 중하위권 수험생 경우 자기 수준에 맞는 강좌를 골라 듣는 것이 효과적이다.
윤 실장은 "6월에 긴장감을 유지해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방학 때도 공부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문제 풀이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8월까지는 교과서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 뒤 문제를 접해야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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