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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이야기] 무병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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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난을 좋아한다. 그래서 승진이나 개업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난을 선물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선물받은 난을 잘 기르지 못해 죽이는 경우가 많다. 난 기르기가 어렵다기보다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강아지가 아프면 가족들 모두가 슬퍼하는 반면 그보다 10배나 비싼 난이 시들거나 죽어도 크게 슬퍼하지 않는 것 같다. 식물이라는 면도 있지만 난초는 원래 잘 죽는다는 생각과 기르는 동안 난초와의 정신적 교감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동물과 달리 식물을 윤리적으로 관조하지 못하는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된다.

난초를 선물받은 사람은 선물해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잘 기르고 싶다. 난을 선물하는 사람 역시 난을 볼 때마다 자기를 생각하는 마음이 항상 깃들어 있길 바란다.

필자는 한때 몇몇 나라의 밀림과 난계(蘭契)를 다니며 견문을 넓힌 적이 있다. 대부분 나라의 사람들은 선물받은 동양란(한국 춘란은 제외)을 잘 키우지 못하고 죽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필자는 어떻게 하면 녹색 갈증에 시달리는 도시민과 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직장인들에게 녹색 갈증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물론 어려운 과제이다. 난초도 생명체이다. 튼실하게 길러야만 힐링이 된다.

결론은 건강한 난을 선물하는 것이다. 난을 선물할 때 유병(有病) 묘를 선물하는 것은, 단추가 떨어진 셔츠를 선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필자가 운영하는 난 농장은 인터넷에 제품을 올릴 때 난과 화분을 분리해 뿌리 끝의 생장점까지 정밀하게 촬영을 해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모든 것을 보고 선택하라는 배려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매우 좋아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했다. 난초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는 난초의 영혼은 맑고 깨끗하다. 이 깨끗한 난초의 영혼은 모든 사람의 영혼을 정화시켜 준다. 물론 나에게도 그렇다. 도시민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녹색의 신선한 바람은 먼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대건(난초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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