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회관 개관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시립예술단 6개가 이곳에 보금자리를 삼고 지역 문화'예술의 '메카' 역할을 했던 곳이지만, 대구시민회관이 콘서트 전문홀로 탈바꿈하고 시립예술단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이 이곳으로 옮겨가면 문예회관에 남는 것은 국악단과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등 4개 단체뿐이 되는 것. 더구나 대공연장인 팔공홀과 소공연장인 비슬홀의 경우 시설 노후화로 공연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향후 재투자와 함께 문예회관의 역할 설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열악한 공연시설
오는 11월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시민회관으로 옮겨가면 문예회관 공연장은 국악단과 무용단, 극단 중심의 '무대 공연' 전문 공연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남아있는 4개의 예술단을 특성을 살려 '보여주는' 공연 중심으로 특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문예회관 팔공홀과 비슬홀은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 1990년 문을 연 대구문화예술회관 공연홀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개관 20년 만에 28억여원을 들여 음향 시설 전면 보강과 함께 객석 간 거리를 넓히고 바닥재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공연을 올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장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부분은 무대 뒤편 공간. 무대 앞뒤 폭이 좁은데다, 무대 뒤편이나 양옆으로도 무대장치 등이 드나들 수 있는 여유공간이 전혀 없어 일정 수준 이상의 무대 공연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대구시립무용단의 경우 오페라하우스를 이용해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박현옥 시립무용단 감독은 "가급적 문예회관에서 공연을 하면 좋겠지만 장르 특성상 무대가 좁다 보니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다 양질의 공연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정기공연은 오페라하우스 등 좀 더 넓은 무대를 갖춘 공연장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명과 음향시설 역시 지역 공연장 중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악단과 극단, 무용단의 경우는 조명과 음향 설비 의존도가 높아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악단 이현창 악장은 "악기 자체의 소리가 작은 국악단 공연의 경우 음향 장치의 의존도가 크지만 볼륨을 높이면 스피커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거나 하울링이 생기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조명과 음향은 앞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시설에다 두 개 시립예술단이 빠져나가면서 앞으로는 공연이 더욱 줄어들어 공연장 활용 횟수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6개 시립예술단은 총 371회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 중 문예회관 공연장을 사용한 횟수는 모두 126회. 교향악단과 국악단이 각각 23회로 가장 많았고, 극단이 21회, 무용단이 16회, 합창단이 15회, 소년소녀합창단이 8회 등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문예회관 공연의 30%가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그만큼 공연장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협소한 예술단 연습공간, 숨통 틜까?
지금껏 6개 예술단이 문예회관에 둥지를 틀면서 안고 있었던 가장 큰 문제는 협소한 공간 문제였다. 단원들의 휴식공간은 고사하고 연습공간조차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었던 것. 최근 정기공연을 한 시립무용단의 경우 공연이 올려질 무대에 비해 연습실이 너무 좁다 보니 마당에 나와 연습을 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두 개의 예술단이 빠져나가면 남은 공간을 나머지 4개 단체가 활용할 수 있게 돼 공간 문제에 있어서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현재 시립무용단이 사용하고 있는 연습실은 248㎡(75평) 규모. 전국 시립무용단 중 유일한 현대무용 단체로 주목받고 있지만 항상 좁은 연습공간 때문에 춤을 출 때면 단원들의 손발이 부딪쳐 부상을 입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행정을 맡은 직원들이 사용할 공간조차 없어 안무자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현옥 감독은 "현재 쓰고 있는 연습실이 2배 이상 확대돼야 하며, 단원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과, 잦은 부상을 입는 장르 특성을 감안해 신체치료실 등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년소녀합창단 역시 좁은 공간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창고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없다 보니 학생들이 입을 단복 등을 보관하는 캐비닛이 좁은 연습실을 에워싸고 있는 실정인 것. 이 때문에 연습실과는 별도로 물품을 보관할 창고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재준 감독은 "당초 소년소녀합창단 역시 시민회관으로 옮겨가는 문제가 논의됐지만, 시민회관으로 가 봤자 또다시 좁은 공간 문제에 시달려야 할 상황이어서 결국 문예회관에 남기로 결정했다"며 "그런 만큼 이번 리모델링에서는 학생들이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노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악단 역시 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국악단이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은 시립오페라단이 사용했던 팔공홀 2층 연습실로 원래는 대관 공연이 있을 때에는 연습실로 내 줘야 하는 곳이지만 워낙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이곳을 아예 국악단 전용 연습실로 활용하고 있다. 이 악장은 "예련관 지하 1층에 있는 악보실은 워낙 습기가 많아 악보 훼손이 많다 보니 악장 사무실을 악보보관실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무용 연습실 역시 국악단과 붙어 있어 함께 연습한 것을 맞춰볼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먼 곳에 떨어져 있어 어려움이 크지만 워낙 공간 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서로 양보하고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리모델링 비용 부담 커 전전긍긍
일단 대구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시립예술단 연습실이 자리 잡고 있는 제1, 2 예련관의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워낙 시설이 노후돼서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데다 각 예술단별로 요구하는 공간에 비해 남는 공간이 부족해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예련관 건물의 경우 팔각형으로 디자인돼 공간활용도가 높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 박재환 문예회관 관장은 "앞으로 남게 될 4개 예술단이 서로 잘 논의해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하겠다"며 "예련관 리모델링에만 4억~5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급하다고 지적되고 있는 공연장 시설 보강에 대해서는 아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조명과 음향 설비 가격이 만만찮은데다 제대로 리모델링을 하려면 아예 무대 뒤편 공간을 확장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감행해야 하는데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연장 시설에 대해서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재환 관장은 "워낙 예산 부담이 커 한꺼번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어렵고, 매년 조금씩의 예산을 반영해 더 나은 공연을 보이는 데 힘쓰겠다"며 "올해도 공연 비수기인 7, 8월에 무대막 스크린과 조명 전기 콘솔, 조광장치, 음향 마이크 등 노후된 시설물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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