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아마추어와 프로

어느 자치단체장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에 관해서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더니 그 대답이 제각각이었단다. 같은 과제를 두고 십인십색 모두 다른 디자인을 제안하였던 것이다.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며, 다 그만두라 하고 아예 스스로 정했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으나, 그만큼 디자인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흔히 디자인은 정답이 없다고들 한다. 감성적인 면도 많기에 수학 문제의 정답을 풀듯이 완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전문가는 실용성이나 심미성은 물론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 노력한다. 그런데 순수예술과 달리 현실의 복잡한 여건 속에 존재해야 하기에 공공 인식도 중요하다. 게다가 한정된 예산이나 시간 문제, 다양한 이용자의 선호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면서 이상적인 최상 디자인은 부득이 타당한 최적 디자인으로 조정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하니 밖에서 보면 전문가가 왜 저런 디자인을 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전문직이란 먼저 그 일에 대하여 사회적 수요가 있어야 하고, 남다른 개별성과 우월한 능력을 토대로 체계적인 전문 지식을 갖추어서, 밖으로 전문성을 선언하여 사회적 공인을 받고 제도적 틀 안에 자리하여, 직업윤리를 존중하며 집단행동 의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공개적으로 독창적인 능력을 갖추어서 사회적 보장에 따라 보수를 받고 윤리적 의무를 지키며 남에게 서비스해 주는 일이다. 그러니까, 프로는 대가를 받고 일을 해준다. 받는 만큼 생산해 내어야 한다. 공감이 없는 디자인은 존재하지 못한다. 나름대로 비법이 있다. 책임감과 의리가 생명이다. 입이 무겁고 직업 비밀을 지킨다 등등 이러한 프로의 조건에 합당한 프로 디자이너는 고급 서비스산업 종사자인 셈이다. 디자인이 생계 수단임은 맞으나, 금전 못지않게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 더욱 소중하다.

이에 비하여 아마추어는 스스로 좋아해서 하는 애호가이니,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 혹은 특정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돈을 버는 일은 아니고 어떤 의무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세계에서도 나름대로 지켜야 할 덕목은 있으니, 자기 흥취를 마음껏 누리되 남과 어울리고 사회와 관계하며 이기심을 극복하고 함께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아마추어 바둑이나 사회인 야구대회에서 프로에 대한 예우라든지 사회봉사의 미덕 등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 디자인 분야에서 그 전문성에 있어 프로를 능가하는 아마추어가 있는가 하면, 일하고 처신하는 데 있어서 아마추어보다 못한 프로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아마추어라 해도 오랜 기간 업무하다 보면 프로 못지않게 능숙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또한 어릴 적 꿈꿨던 프로 세계를 동경해 온 향토 전문가나 독학으로 일가견을 이룬 대가도 있다. 반면에 일감 부족과 경영 압박에 힘들어하는 프로도 너무 많다. 특히 갑의 종용에 소신대로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기죽은 프로가 있는가 하면, 부정한 경우를 소신에 따라 거절한 프로를 밀치고 대신 나서는 약삭빠른 아마추어보다 못한 프로도 있다. 결국 어느 경우이든 개인과 사회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하고,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다워야 한다.

도시 디자인에 관한 한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우리의 터전을 만드는 일이라 누구에게나 이해관계로 엮어지기에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하고 바람과 희망을 밝혀야 한다. 하나 이 과정에서 '반풍수 집안 망하게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좀 안다고 프로처럼 행동하다가 결국은 실패하고 큰 낭비를 초래한 경우도 보았다. 심지어 의사 결정권자의 개인 취향이 작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즈음 되면 '슈퍼 갑''으로 무장한 아마추어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디자인은 미묘해서 작은 부분일지라도 타협이 되는 순간 전체가 흔들려서 실패작이 되기 십상이기에 전문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아마추어는 한계를 알고 프로를 제대로 알아보고 또 존중해야 한다. 믿음과 열정을 갖춘 아마추어가 프로를 건강하게 만든다. 더불어 프로는 진정한 프로 의식으로 더욱 무장해야 하고 아마추어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장인 정신'이야말로 최고의 덕목 아니겠는가.

김영대/영남대 교수·건축학부 ydkim@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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