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끊은 달성공원 호랑이 모정, 다시 사랑의 결실

쌍둥이 잃은 암컷 다시 임신, 9월초 출산 예정

"임신중이야 절대 안정필요...가까이 오지마" 대구 달성공원 호랑이부부가 자식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합방을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어미호랑이 나리(암컷,오른쪽)가 임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오후 동물원 내 포유류 사육장에서 임신한 나리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오는 남편 호비를 향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경계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동물원 이전을 앞두고 대구에 큰 경사가 될 대구 태생 새끼 호랑이가 9월 초에 태어날 예정이다.

달성공원 호랑이 부부(호비'수컷 8년생, 나리'암컷 8년생)가 셋째'넷째를 동시에 잃고(본지 4월 17일 자 1면 보도) 슬픔에 잠긴 지 석 달 만이다. 이들 부부는 새끼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후 두 달 동안 각방을 쓰며 생이별을 했다. 5월 초 어미 호랑이 나리가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된 것으로 판단한 달성공원 측은 합방을 허락했다. 오랜만에 만난 호랑이 부부는 그동안 못다 한 사랑을 나누었다. 씨를 뿌리려는 종족 번식 본능이 나타난 것이다. 달성공원은 새 식구가 될 새끼 호랑이 출산준비에 들어갔다.

사육계 직원들은 요즘 초긴장 상태다. 새끼 호랑이 두 마리가 출산 중 안타깝게 숨지는 사고를 겪은 후 나리의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성공원 윤성웅 사육계 담당은 "합방을 시작한 5월 초에 바로 짝짓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맹수의 왕인 호랑이 교미는 번개(?)치듯 2, 3초 정도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기 때문에 사람 눈으로 구경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출산 한 달 전인 8월 초부터 남편인 호비와 격리한 후 안정이 필요한 내실 생활을 줄곧 시키며 출산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자식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한 어미 호랑이 나리의 애끊는 모습에 시민들은 가슴 졸이며 같이 아파했기 때문이다. 김수정(53'서구 비산동) 씨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 호랑이가 이번엔 순산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13일 오후 달성공원 포유류 사육장은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호랑이 부부가 큰 슬픔을 이겨내고 다정한 모습으로 지내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임신한 나리가 남편을 멀리하고 있었다. 남편인 호비가 근처에 가까이 오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배 속에 들어선 아기를 보호하려는 모성 본능이 작용한 것이다. 한 번의 유산을 겪은 나리가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순산할 수 있을지 시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지난 번 새끼 호랑이 두 마리가 사산한 것도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동물인 호랑이가 드넓은 들판이 아닌 좁은 우리의 사육장에서 길러지며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달성공원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다. 정윤상(61'중구 삼덕동) 씨는 "사육장에 축 늘어진 호랑이를 보면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며 "사파리 시설을 갖춘 새 동물원이 하루빨리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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