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OFF', 코스피 '블랙아웃'

주가 급락, 올 1월말 후 최저…1900선 붕괴 '연중 최저'

코스피가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지난달 31일 2001.05로 거래를 마감했던 코스피지수는 13일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지며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 완화 출구 전략이 임박했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13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코스피 추락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빠지면서 코스피지수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증시 검은 목요일

13일 아시아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43.94포인트(p) 내린 12,445.38로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생지수도 각각 전 거래일보다 62.54p, 467.62p 빠진 2,148.35와 20,887.04로 장을 마쳤다. 또 대만 가권지수도 164.49p 하락한 7,951.66을 기록했다.

코스피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 등의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전 거래일보다 27.18p(1.42%) 내린 1,882.7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10일을 제외하면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되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조정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더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코스피가 1800~2050 사이에서 움직인 것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동성 장세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비중을 일부 축소하는 전략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코스피 급락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촉발됐다. 미국계 투자회사 JP모건은 이달 7일 갤럭시S4 등 스마트폰의 3분기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낮추었다. JP모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모건스탠리도 목표주가를 18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여파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식을 집중 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13일 코스피시장에서 9천52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8월 10일 1조2천75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외국인들은 7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3조1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7일 6% 이상 급락한데 이어 13일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며 주당 가격 140만원이 붕괴됐다.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02%(2만8천원) 하락한 135만7천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을 밑돈 것은 올 1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5조원으로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특히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8조7천억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33%를 차지할 정도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한국 증시 조정'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 의문?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주가 변동성은 매우 큰 종목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급락이 증시 전체를 억누를 수 있는 상황은 상존한다.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종목이 없다는 점이 한국 증시의 한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쇼크가 국내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외국계 투자회사의 보고서와 삼성전자의 단기 급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4는 출시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어서 판매 둔화 주장은 객관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확실한 증거에 의해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갤럭시S4의 판매 둔화 우려를 일축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JP모건의 우려는 당초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갤럭시S4는 잘 팔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투자회사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도이치뱅크 등의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작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매도 패턴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거래를 평상시와 다른 방향으로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련 거래 내용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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