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남자답지 않을 권리

남자답지 않을 권리/뱅상 세르페데스 지음/고광식 옮김/명랑한지성 펴냄

프랑스 철학자 뱅상 세스페데스(40)가 쓴 '남자답지 않을 권리'는 이 시대 남자들에 대한 저자의 한탄으로 시작한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주눅이 들어버렸으며 포르노에 탐닉하고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에 몰두한다.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스스로 자신만의 방에 가둬 버린 남자들로만 이 세상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런 위태로운 남자들을 위로하거나 변호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남자들의 무력감의 원인으로 눈부신 성과와 극단적인 경쟁만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와 노동의 가치를 잃어버린 노동환경을 꼽았다. 남자들이 인간적 가치가 없는 성과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주에 사로잡혀 성 본능을 억압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여기에 변화된 여자들의 지위도 무시할 수 없다. 오늘날 많은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를 갖고 있으며, 피임 등의 영향으로 성적 자기주체성도 강해졌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남성들은 "삶을 '영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소모하고, 보이는 모든 것에 배포"할 뿐 더 이상 '수컷'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건강한 남성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적인 욕망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남성의 성적 욕망은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본연의 충동과 감정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박제되면서 자신과 상대를 속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소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당연시되었던 관습, 제도, 이데올로기의 껍질을 벗겨내면 의외로 진실은 간단하다"며 "남자들은 남자답지 않을 권리가 있고, 여자들은 여자답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288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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