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4축 고속도로 공사장과 관련한 소음과 분진 민원(본지 17일 자 8면 보도)이 발생한 영덕군 강구면 상직리 주민들이 이달 14일 군청에서 시공사 및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오후 2시 간담회 시간이 되자 주민 30여 명이 군청으로 몰려왔다. 하지만 다른 대도시의 민원인들과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분노하고 기세등등한 모습 대신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로 등이 굽어 지팡이를 짚거나 더 젊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담회가 열린 군청 3층 대회의실로 때로 울먹이거나 끙끙거리면서 올라왔다.
이런 어르신들을 앞에 두고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공무원이 "대형 국책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려면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해 다시 한 번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주민들을 달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공무원이 되레 불난 집에 부채질한 셈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주민들은 그동안 공사에 사용할 레미콘을 조달할 공장을 운영하면서 방진막이나 가림막 등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다시 한 번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시공사 관계자들의 주민들을 무시하는 태도와 폭언 등에 대해서도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으로 주민들은 다시 군청을 항의방문하겠다며 분노하고 있다.
"주민 입장에서 민원을 해결해야 할 영덕군 공무원이 시공사 편에서 이렇게 상황인식을 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무시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대책위를 돕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답답해했다.
이날 군 공무원의 발언은 어찌 보면 원론적인 의견일 수는 있지만 참을 만큼 참다 고통을 호소하는 고령의 어르신들 민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발언인지 의문스럽다.
영덕'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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