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3세 주교회의 막내, 울릉도 출생, 경북대 응용화학과 졸업, 5년간 로마 유학'.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제5대 수도원장으로 선출된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영적 아버지 또는 영적 스승이라는 뜻)의 축복식이 20일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대구대교구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의 주례로 열렸다.
박현동 아빠스는 젊은 나이에 천주교회의 상급 장상(長上)이 된 것이다. 앞으로 있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도 참석하게 되는데, 현재 나이로는 막내인 광주대교구 옥현진 주교보다 어리다. 옥 주교는 주교회의에 막내로 들어올 박 아빠스에게 "속도에 매몰되지 말고 멈추면서 잘 하시라. 하느님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주신다"는 이메일을 보내, 나이에 대한 걱정을 덜어줬다.
울릉도에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박 아빠스의 어릴 적 꿈은 과학자 또는 컴퓨터 관련 연구자였다. 경북대 재학 시절에는 아마추어 무선통신 동아리인 'HAM'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동아리 활동 시절에 그는 지구 반대편의 소리를 잡기 위해, 주파수를 맞추고 수많은 잡음 속에 그 소리를 들으려 했다.
박 아빠스는 사제서품을 받고 신부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대학시절에 지구 반대편의 소리를 찾으려 했던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던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 만큼 소통에도 달인 경지에 도달한 박 아빠스다. 1996년 왜관수도원 수도사 시절에 웹(Web)에서 홈페이지를 최초로 만들었으며, 수도원의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한 소식도 전했다. 현재도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로도 활발하게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터다.
그는 개방적인 소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도사의 생활은 간단합니다. '성서 읽고, 기도하고, 일하고 이 모든 일을 하느님께 드린다'.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 속에서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일들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박 아빠스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장상으로, 북한에 있는 덕원 자치 수도원구의 자치구장직 서리도 당연직으로 맡게 됐다. 1940년 함흥교구에서 분할되어 설정된 덕원 자치 수도원구는 원산시와 그 일원을 관할하였으나, 1949년 북한 당국이 수도원을 폐쇄한 이후 침묵의 교회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그는 "덕원 자치 수도원구 자치구장을 겸직하고 있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는 않다"며 "이곳을 방문한 독일인 교수에 의하면 당시 그 수도원 건물이 지금은 원산농업대학의 한 건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아빠스는 마지막으로 '시대적 소명'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하느님이 이 시대, 이 시점에 수도원 장상으로 왜 저를 불러주셨는지 앞으로 그 해답을 찾아나가겠고, 풀어나가겠다"며 "먼저 수도원 공동체가 어떻게 봉사할 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도원이 운영하는 교육재단, 출판사, 공예사, 식품회사, 문화센터, 농장, 청소년 수도생활 체험학교, 노인마을 등에는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 그리고 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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