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은행 회장들, 무슨 성과를 냈다고 고액 연봉인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고위 임원의 과다 연봉에 메스를 가할 계획이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으면 보상도 줄어야 하는데 금융회사 임원 연봉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밥값'도 못하면서 엄청난 보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타당한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수익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 무려 44.9%나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2.3%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1분기 중 5.22%로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자기자본수익률(ROE)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예대금리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후진적 수익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문제는 이런 수익 구조는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급여 등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은행 경영진들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한 은행권 금융지주 회장은 단기 성과급에 장기 성과급까지 합쳐 많게는 30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챙겼다.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데 '단기 성과'는 무엇이고 '장기 성과'는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무슨 성과를 냈다고 이렇게 엄청난 연봉 잔치를 벌인다는 것인가.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등골이 휘는 서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위기 때마다 공적 자금이란 이름의 국민 혈세로 연명해왔다. 그런 부끄러운 과거와 국민에게 진 빚을 생각하면 은행 경영진들은 당연히 자중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금융감독원의 연봉 체계 수술을 불러온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 경영진들에게 자중 의지가 없는 것이 드러난 만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연봉 잔치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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