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남구 효자동 SK뷰 아파트 1단지 인근에 대규모 빗물펌프장을 짓기로 해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포항시는 효자 빗물 유수지 생태공원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329억원을 들여 이 일대 부지면적 1만8천491㎡에 유수지 및 펌프장이 들어서는 공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빗물펌프장 설치는 상습 침수지역인 이 지역의 숙원사업이라는 포항시의 입장과 아파트 분양 당시 녹지공간이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포항시청 앞에서 빗물펌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가진 데 이어 새누리당 중앙당사까지 올라가 농성을 벌이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포항시는 대다수 효자동 주민들을 상습 침수 피해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건설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효자동 빗물펌프장 건설이 주민들의 님비현상인지, 포항시의 무리한 행정인지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다.
◇이재열 포항시 건설환경사업소장
-효자동에 빗물펌프장을 설치하려는 이유는?
▶효자시장과 승리아파트 주변의 저지대는 오랫동안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 수차례 침수 피해를 입은 침수위험지역 가등급 판정을 받은 곳이다. 지난 1991년부터 현재까지 7차례 건물 침수 피해가 발생해 침수면적 13만8천㎡, 129가구(440명), 철도 500m, 도로 600m가 피해를 입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빗물을 강제적으로 밖으로 배출하는 빗물펌프장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하려는 것이다.
-다른 곳도 있을 텐데 하필이면 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SK뷰 아파트 1단지 인근인가?
▶효곡동에서 가장 큰 간선하수도가 7번 국도를 횡단해서 효자 SK뷰 1차 아파트 옆을 지나서 형산강으로 연결돼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 형산강 수위가 올라가게 되면 강물의 역류 방지를 위해 수문을 닫는데 그렇게 되면 상류 쪽의 빗물이 더 이상 형산강으로 나가지 못하고 저지대에 고이게 돼 인근 주택이나 상가에 침수가 발생한다.
빗물펌프장 예정 부지인 SK뷰 아파트 1단지 인근은 수문을 닫게 되면 침수되는 지역이고 철길 따라 유강 쪽에서 넘어오는 우수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집중호우 시 많은 양의 빗물을 일시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에 입지로서는 최선이다.
-주민들은 당초 아파트 분양 시에 해당 부지가 녹지공간이었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예정 부지는 지난 1993년 3월 교차점 광장으로 결정됐던 곳으로 2008년 12월에 유수지로 중복 결정됐다. 교차점 광장은 혼잡한 주요 도로의 교차지점에 설치되는 교통광장으로, 애초부터 주민들이 생각하는 녹지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유수지에 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하게 되면 아파트 분양 당시에 조감도에 있었던 공원이 생기는 효과가 생긴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해충과 악취, 먼지, 소음 등에 대한 포항시의 대책은?
▶빗물 유수지를 준공할 시점에 효자지역의 우'오수 분리사업도 함께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생활하수가 유입되지 않고 평소에는 유수지에 물이 없도록 할 계획이기 때문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져서 모기 등 해충이 생길 우려는 없다.
또 펌프시설의 경우 아파트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고 강물이 넘칠 정도의 집중호우 시에만 가동되기 때문에 일 년에 몇 차례 운전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의 소음과 진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비가 온 뒤에는 유수지 바닥을 청소하기 때문에 쓰레기나 진흙 뻘로 인한 불편도 전혀 없다는 점을 주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주민들은 어린이들이 익사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데
▶평소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빠질 일이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전하고 쾌적한 수변생태공원으로 조성되는 만큼 포항시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주민들은 빗물펌프장 설치와 관련해 사전에 주민설명회 등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유수지 부지는 지난 2008년 7월 주요 일간지 2곳을 통해 주민의견수렴 공람공고를 했고 8월 13일에 주민설명회를 효곡동주민센터에서 가졌으며 당시 자치회장도 참석했다. 이날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서 12월 29일 도시계획시설(유수지)의 결정을 법률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 주민설명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사례는?
▶한강이 흐르는 서울에는 빗물펌프장이 많다. 혐오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상당수의 유수지들이 평소에는 물이 없는 상태로 유지'관리되고 있다. 김천시도 평화 유수지 체육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수지 바닥을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통행로를 설치해서 생태공원이나 체육공원 같은 것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시적인 관리를 통해 친생활시설로 환영받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주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주민들과 접촉해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갈 것이며 이해와 설득을 통해 협조를 구한 뒤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방향으로 하겠다.
◇이향숙 효자빗물펌프장 설치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효자빗물펌프장 무엇이 문제인가?
▶포항시는 효자지역 상습침수구역 해결을 위해 빗물펌프장을 건립한다고 했다. 공공사업인 만큼 빗물펌프장 건립 자체는 우리도 적극 찬성한다. 다만 이렇게 중요한 사업이 왜 정작 주민들은 모르게 아무런 의견도 묻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처음 빗물펌프장 사업이 발표된 것은 2008년쯤이다. 당시 주민설명회가 열렸는데 이상하게도 사업 대상지 바로 인근인 SK뷰아파트 주민들만 쏙 빠졌다. 빗물펌프장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먼 곳의 주민들만 모아놓고 무슨 의견 수렴을 했겠는가.
우리가 빗물펌프장 사업에 대해 처음 안 것은 사업 계획이 발표된지 무려 5년여가 흐른 올해 5월이다. 그때는 이미 환경영향평가와 예산마련, 건립 초안 등이 모두 나온 상태였다.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후 모두 결정이 되고 나서야 마치 던져주듯이 통보를 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포항시의 이러한 불통 및 밀실행정이 가장 섭섭하고 안타깝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피해는 어떤 것인가?
▶포항시는 친환경시설로 안전하게 짓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예를 들어 포항 죽도펌프장의 경우 매년 용량 초과 등을 이유로 유수지가 범람해 오히려 주변 일대를 침수시킨다. 만약 효자빗물펌프장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고 치자. 사업 대상지는 아파트와 겨우 5m 정도 떨어져 있고, 아파트는 지하통로와 지하주차장, 지하설비시설 등이 산재해 있어 범람 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불미스러운 사고가 없다고 해도 모기 등 해충과 악취 등 예측할 수 있는 피해가 너무 많다. 이에 대한 보장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단순히 '공공의 목적을 위해 희생하라'는 논리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해당 지역의 용도 문제를 두고도 말이 많다.
▶처음 인근 SK뷰아파트 분양 당시 해당 지역은 오히려 수변공원 등 녹지지역으로 홍보가 됐었다. 포항시에서는 '당초 교차로 등 공공시설용지로 정해져 있었으며 녹지지역 조성은 주민들이 오해한 것'이라며 우리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분양광고는 분명 배포 전 지자체로부터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포항시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인데 아무도 인정을 하지 않는다. 일부 주민들은 분양 당시 녹지지역이 조성되는 줄 알고 일부러 인근에 집을 구한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의 억울함은 도대체 누가 들어줄 것인가. 분명 이에 대한 책임은 포항시도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포항시에 바라는 요구 사항은?
▶현재 포항시는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치 지역의 현안사항을 무시한 채 자기 이익만을 찾으려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포항시에서 오히려 주민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앞서 밝혔듯이 우리도 빗물펌프장 건립 자체는 찬성한다.
다만 지금은 너무 가까이 있으므로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만큼 거리를 띄우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항시의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해 주민공청회를 다시 여는 등 활발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지금 포항시는 눈을 감고 귀를 닫는, 도저히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포항시가 진정으로 주민들을 이해하고 대화의 장에 나설 때까지 항의할 것이며 손해에 따른 법정 소송은 물론 공사가 진행될 경우 진입 저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생각이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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