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진로 전문가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아 이미지와 일치하는 직업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즉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느끼고 생각하던 바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그래서 "사람은 자기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말도 있지요. 생각이 우리를 규정해 버린다는 뜻입니다. (임성미의 '내 꿈을 열어주는 진로 독서' 중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첫 번째 조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두 번째 조건)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세 번째 조건) 일을 직업(職業)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계속 종사하는 것은 직업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을 하기 위해 내 능력이 충분한가를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직업이란 단어를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의미를 찾아가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 '직'(職)은 직장의 의미를 지닌다. '업'(業)은 하는 일의 종류나 의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란 직업이 지닌 '직'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업'은 다양한 양상을 지닐 수 있다.
'직'보다는 '업'이 중요하다. '업'은 내가 왜 선생님이 되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에 따라 '직'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된다. 진로교육이 '직'을 소개하고 그것을 찾아가는 단계에 그치지 말고 '업'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직'이 능력이라는 조건에 얽매여 있다면 '업'은 능력만이 아니라 적성도 고려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독서 진로탐색을 위해서 세 단계를 말한다. 학생이 탐색할 대상이 되는 직업군을 결정하는 단계, 관련된 도서와 직업 체험을 할 장소를 찾고 준비하는 단계, 직업체험에 대해 추가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료 검색을 하는 자율학습 단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학생이 탐색할 대상이 되는 직업군을 결정하는 단계에서도 독서는 필수적이다. 나는 누구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길도 독서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현실화하지 못하고 내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는 정책이 하나 있다. 이른바 '꿈 도서관 프로젝트'다. '꿈 도서관'은 최근 부쩍 관심이 높아진 작은 도서관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다. 팔공산에 있는 유명한 한식당에서 한쪽 벽면에 한식과 관련된 책으로 채우고 '한식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공구 골목에서는 '공구 도서관'을, 법원 근처에서는 '법 도서관'을, 약전 골목에서는 '한약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도서관은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영역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그 직업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정책은 교육기관만이 나설 것이 아니라 시청을 비롯한 지자체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와 같은 '꿈 도서관' 지정 및 운영은 시청이나 구청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은 단순히 직업을 찾는 1차원적인 교육이 아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크기를 가늠하며, 그 크기가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합당한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관련 영역 독서이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의 다양한 풍경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자라게 하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다양한 풍경 중에서 내가 그 속에 들어가면 더욱 그 풍경이 아름다울 수 있는 바로 그 일이 내 직업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행복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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