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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가요 이야기] 원조 '눈물의 여왕' 이경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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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작 '세기말의 노래',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표현

배우 이경설이 정식으로 가수가 되어서 음반을 발표한 것은 1931년 봄입니다. 그녀의 생애를 통틀어 도합 44종의 음반을 내었는데, 돔보레코드에서 10편, 시에론레코드에서 6편, 폴리돌레코드에서 28편을 발표했습니다. 종류로는 유행소곡, 유행가, 유행소패, 서정소곡, 민요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가요작품이 33편으로 가장 많으며, 기타 넌센스, 스켓취, 극 등이 11편입니다. 돔보와 시에론에서는 가요만 발표했고, 폴리돌레코드사 전속이 되어서는 가요와 극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돔보에서 발표한 음반은 '그리운 그대여'(강남제비), '아 요것이 사랑이란다' '아리랑' 등입니다. 시에론에서 발표한 음반은 '봄의 혼' '강남제비' 등입니다. 폴리돌에서 발표한 음반은 '국경의 애곡(哀曲)' '방아타령' '세기말의 노래' 등입니다. 이 가운데 출연진들의 연기로 엮어가는 극 음반이나 스켓취, 넌센스 등은 주로 동료였던 왕평, 김용환, 신은봉, 심영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요의 경우는 왕평, 박영호, 추야월, 김광 등의 노랫말에 김탄포(김용환), 강구야시(江口夜時) 등이 곡을 붙인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경설이 배우로서 한창 인기가 드높던 시절에 폴리돌레코드사에서 그녀에게 문예부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이때 이경설은 친구 왕평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기꺼이 맡겠노라고 했고 이에 대하여 폴리돌 측에서는 내부적 논의를 거쳐 결국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대중문화계의 걸출한 두 젊은 스타가 레코드회사의 문예부장 업무를 공동으로 맡아보는 초유의 일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이경설의 건강이 점차 나빠지면서 모든 업무는 주로 왕평 혼자서 보았을 테이지요.

배우 이경설이 가수로서 발표한 최고의 히트작은 단연 '세기말의 노래'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1932년 10월에 발표된 이 가요작품은 박영호 작사, 김탄포(김용환) 작곡으로 만들었는데 식민통치에 시달리는 국토와 민족의 아픔과 불안감을 매우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는 과감한 표현들이 오늘의 우리들로 하여금 놀라움마저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정황은 일제가 축음기 음반에 대한 본격적 감시와 단속에 들어가기 직전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인용문은 3절로 구성된 가사의 끝부분들입니다.

까다로운 이 거리가/ 언제나 밝아지려 하는가(1)

뒤숭숭한 이 바다가/ 언제나 밝아지려 하는가(2)

어두워진 이 마을이/ 언제나 밝아지려 하는가(3)

'까다로운 이 거리' '뒤숭숭한 이 바다' '어두워진 이 마을'은 모두 일제의 식민통치 때문에 빚어진 우리 국토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빗대어 말하는 표현들입니다. 작가는 이 가요시를 통해서 진심에 찬 어조로 고통과 불안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극작가 이서구 선생은 1930년대 중반, 이경설이 평양에서 잠시 결혼생활을 했었다고 증언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33년 이경설은 지병이었던 결핵이 점점 악화되어 일본 오사카, 북간도 용정 등지로 요양을 다녀오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1934년 8월 28일 청진 신암동 자택으로 돌아가서 불과 22년의 짧았던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그녀가 사망한 다음 달 폴리돌레코드사에서는 이응호 극본 '춘희'를 '일대 여배우 이경설 양 추모발매' 유작음반으로 발표했습니다.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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