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하류지향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민들레 펴냄

1980, 9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소소한 집안일을 거들면서 사회적 인정을 얻고 노동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서 먼저 소비주체로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구매자로 세상을 만나기 시작하다보니 학교에서도 '구매자'처럼 행동한다. 교육은 '더 나은 대학, 더 나은 직장을 위한 투자'로 치환된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듯 스펙을 구비하는 것을 교육의 전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공동체 정신은 희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인재라는 것도 공동체적인 삶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상이다. 능력 있고, 권리의식이 희박하고 비판정신이 결여되어 상사의 말에 순종하고, 어떠한 공동체에도 귀속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인 것. 반대로 점점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에서 다수의 아이들은 '하류 계층'으로 떨어지며 홀로 양극화의 리스크를 감수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을 길러내는 교육이 시급함을 역설한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개성을 강조하는 교육'의 이면을 들춰보게 하고, '자기 찾기'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숨어 있는 함정을 들여다보자는 것. 그는 아이들을 지킬 해법으로 어른들의 '주제넘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려울 때는 서로 신세를 지기도 하고, 서로 주제넘게 간섭도 하면서 사는 것이 사람살이의 평범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국가주의, 집단주의 교육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된 진보주의 교육이 개인을 고립화시키는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는 저자의 주장에 귀기울여볼 만하다. 232쪽, 1만2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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