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1차 주민건강영향조사가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본지 19일 자 1면 보도) 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은 분진으로 인한 수십 년간의 고통이 드디어 증명됐다고 반기는 한편 자칫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도 나타냈다.
◆주민들 "분진 고통 증명, 건강 우려"=주민들은 각종 분진에 시달려온 수십 년 세월이 건강검진 결과에 반영됐다며 반겼다. 연료단지 근처로 이사 온 지 45년째인 송석대(74'동구 율하동) 씨는 1971년 안심연료단지가 들어설 땐 지역에 일자리가 생긴다고 여겨 반겼다. 하지만 생각은 10년 만에 바뀌었다. 연탄 분진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이 나는 등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송 씨는 현재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고 1년에 1, 2회씩 병원의 소화기내과를 찾고 있다. 목이 간질거려 잔기침을 하고 심할 땐 목 안이 따끔거리기도 한다.
1차 검진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송 씨는 "주민건강영향조사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수십 년 동안 고통을 안고 살았던 것이 증명되는 것 같다"며 "몸에 이상이 있어서 2차 검진 대상이 돼도 치료를 하면 된다. 더 급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연료단지를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희(45'동구 율하동) 씨는 "감기가 잘 낫지 않고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시부모님을 보면서 평생 시멘트먼지와 연탄가루 속에서 살아온 고통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힘든 점이 반영된 건강검진을 통해 앞으로는 내 두 아들과 두 딸이 깨끗한 공기 속에서 자라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혹시 몸에 큰 병이 들지 않았을까 염려하거나 대구시의 적극적인 정책을 요구했다. 오평석(54'동구 신기동) 씨는 30년 전부터 안심 연탄공장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비가 오면 집을 타고 흐른 빗물이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연탄가루에 시달려왔다. 손님들이 연탄가루 때가 묻은 세탁물을 가져올 때면 애를 먹기도 한다. 1차 건강검진에 참여한 오 씨는 "설문조사 때 담배를 끊은 지 15년이지만 요즘도 가래가 심하게 생긴다고 하자 의사가 더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며 "곧 시작될 2차 검진의 대상이 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류재발(57'동구 신기동) 씨는 "연료단지 내 공장들은 옮기고 싶어도 갈 데가 없다"며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구시가 먼저 나서서 연료단지 이전 부지를 마련하는 등 이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주 2차 검진 대상 확정…최종 결과 내년쯤=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범위를 넓게 보고 최대한 많은 주민을 2차 검진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판단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할 경우 폐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을 놓칠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흉부방사선(X-Ray) 분석은 전문가에 따라서 진폐증과 결핵, 폐종양, 폐결절 등 질환으로 판정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문조사에서 호흡곤란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확인한 주민들까지 2차 검진 대상에 포함해 폐 기능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연료단지로부터 떨어진 거리별로 호흡기질환의 유병률을 구한다. 연탄'시멘트분진의 경우 500m 안에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연료단지에 가까운 주민들이 더 멀리 떨어져 생활한 주민들보다 얼마만큼 호흡기질환에 더 노출돼 있는지 파악하게 된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관계자는 "1차 검진 결과는 더 정밀한 2차 검진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의미이지 그 자체가 큰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이번 주 중에 2차 검진 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개별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승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장은 "건강검진은 올해 안으로 끝나지만 겨울철 대기환경 측정도 함께 검토돼야 전체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종결과 발표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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