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동이 시로 승격된 지 50주년이다. 1963년 의정부, 속초, 천안시 등과 함께 시로 승격한 안동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해 가면서 마침내 경상북도 행정 문화의 중심도시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동안 안동은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처럼 경북을 대표하는 도시로 약동하는 희망의 시대를 여는 것이 가능했다.
경상도 개도 7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는 경상북도 신청사는 우리 안동인의 의지와 지혜가 결집된 미래 천 년을 열어가는 역사의 거대한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반추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다.
안동시 반세기 역사에서 안동인의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안동댐 건설일 것이다. 댐 건설은 곧바로 안동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영남 하류지역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그리고 생활용수를 공급해야 했기에 맑은 물을 보존한다는 미명하에 갖은 규제를 감당해야 했다.
산업화의 시기, 다른 지역에서 공장 유치에 여념이 없을 때 안동은 낙동강 수질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한 각종 규제에 묶여 번듯한 중소기업 하나 유치할 수 없었다. 1992년에는 다시 임하댐이 들어섰다. 1천만 영남인에게 청정수를 공급해야 하는 의무만 늘어가는 사이 사람들의 눈에는 절망의 빛이 가득했다.
1995년 안동군과 안동시가 통합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통합만으론 양 댐으로 빚어진 굴곡진 역사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우리 안동은 신도청 시대가 오기 전까지 두 댐에 둘려 싸여 자연성장이 정체된 채 한때 30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17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어 전국 83개 시 가운데 45위의 조그마한 중소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50년은 굴곡의 역사를 도약의 역사로 바꾸려는 안동인의 치열한 삶의 전개 과정이었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 안동은 유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양적 팽창은 물론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도심 재편 프로그램에 따라 분야마다 가장 진화된 지점으로 도시가 재정비되고 있다.
21세기 물의 시대에 대비하여 그동안 재앙으로 인식되었던 두 댐이 물산업이란 축복으로 전환되고 있는 데서 보듯이 곳곳에 널려 있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유산을 정체성에 맞게 확장함으로써 도시의 매력지수를 한층 더하고 있다.
안동문화관광단지를 절강리권과 연결하고 낙동강 120리 친수공간의 확대는 물의 도시 안동의 이미지를 강화하여 미래 안동이 먹고사는 삶의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서 4축과 5축 고속도로 건설과 중앙선의 복선 전철화 또한 안동이 경북의 행정 문화의 중심 도시 역할을 하는데 크게 이바지를 할 것이다. 도심 재편 프로젝트에 따라 진행되는 옥정동 일원의 한옥마을 건설 및 철도역사 부지 이전에 따른 도시 재창조는 안동을 더욱더 안동답게 만들 것이다. 3대 문화권 사업 또한 안동의 정체성과 특색을 살린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역사가 될 것이다. 지금 안동은 두 댐으로 인한 침체기에서 벗어나 행정적으로는 경상북도 도청 소재지를 눈앞에 두고 있고, 유교문화권 개발사업과 고속도로망 등을 활발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안동인이 생각하고 남긴 것들을 안동학이란 이름으로 수렴하는 인류사의 드문 현상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람에 투자하고 아름다운 이 강산을 보존한 우리의 생각이 미래에는 더욱더 빛나는 가치로 대접받을 것임을 확신한다. 50만 안동인이 나아가고자 했던 철학과 신념은 멀지 않은 시기에 조명받을 것이다. 안동 문화의 정체성은 틀림없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으로 작용하여 100년 후에는 우리의 후손을 먹여 살리는 블루칩이 될 것이다.
이제 안동은 화려했던 번영을 다시 세워나가는 일만 남았다. 시 승격 5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50만 안동인이 다 함께 손잡고 앞으로 다가올 장엄하고 감동적인 새로운 50년 역사를 써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권영세/안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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