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몽고반점과 민족의식

사람들이 아기 탄생 소식을 알려오면 나는 예외 없이 아기 엉덩이에 몽고반점 존재 여부를 물어본다. 몽고반점(蒙古斑點)이 한국민족의 특징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몽고반점은 진피 내의 멜라닌색소 세포 침착에 의한 푸른색 반점이다. 체내의 일정한 열을 계속 발생시켜 체온을 조절하는 갈색 지방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 몽고반점이고, 자라면서 신체에 추위 조절기능이 생기는 12세 정도가 되면 없어진다. 따라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몽고반점은 추운 지방 몽골인의 특징이라 볼 수도 있다. 한국 어린이는 90%가 이 점이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최근 필자가 대구시내 4곳 대학병원과 산부인과 신생아실을 표본조사한 결과 40% 정도(주변인 조사도 동일함)의 유아가 몽고반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을 분류할 때 백인은 코케이션, 흑인은 니그로, 황인은 몽골리안 등으로 분류한다. 몽골리안 중 동아시아 주류 세력은 북방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살았다. 이들이 몽골, 위구르 티베트, 한반도에 이동하여 몽골 1차 침입 시 기준으로 1천400년간 각각 다른 민족을 형성한다. 우리 민족은 몽골리안 중 새시베리아족의 알타이어족으로 분류된다. 유목생활을 한 몽골족과 농경생활을 주로 한 한국 민족의 요령청동기문화가 다르고, 두 민족의 두개골 형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둘이 같은 민족이라면 아이들 모두가 몽고반점이 있어야 한다.

몽골대제국 1231년부터 1259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7차에 걸쳐 고려를 침입하였고, 전쟁기간을 포함하여 130년 동안 몽골풍이 유행할 정도로 고려를 지배하였다. 특히 큰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었다. 당시 추정 가임여성 40만 명을 20만 이상의 몽골군이 무참하게 유린했다.

최근 한 대기업이 제작한 아기 엉덩이에 세계지도 모양의 몽고반점을 그려 놓은 '글로벌 챌린저' 광고는 강렬하고 위트 있게 표현으로 광고 대상까지 받았다. 또 다른 광고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기상과 몽고반점을 연결하여 세계에 도전하자는 취지의 광고를 제작한 적이 있다. 이는 오랑캐 몽골족과 한국 민족을 동일시하고, 몽고반점이 우리 민족의 특징이라는 잘못된 팩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5천 년 유구한 역사의 백의민족, 단일민족이라 했다. 북방보다 따뜻한 한반도에 살아서 몽고반점이 거의 없던 한국 민족이 몽골인과 피가 섞여 우리 민족의 반 이상이 청회색 몽고반점을 가지고 태어나는 비통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36년은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몽골 130년의 지배에 대해 기억이 희미한 것은 잘못이다. 역사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여기서 '문'사'철'의 인문학의 중요성과 역사의 입시과목 채택의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서영환 시인'경제칼럼니스트 seodam1@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