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서 촉발된 민주당의 장외 투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 정쟁을 풀기 위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사실상 청와대로부터 거부당한 상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안으로 3자, 5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여야 대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여당을 움직(?)이는 대통령을 만나야 꼬인 현안을 풀 수 있다는 민주당과 정치적 문제는 정당 대표끼리 만나 협상을 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들어봤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대통령만 보겠다는 것은 여당 무시"
-민주당의 단독회담 제의에 대해 황우여 대표가 3자 회담이라는 중재안을 들고 나왔다. 단독회담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한 것은 지난 8월 3일이다. 현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며 서울시청 앞에 좌판을 깔고 장외투쟁을 한 지 이틀 뒤다. 자신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이틀 만에 그 부정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한다면 누가 만나겠는가. 또한, 정치 현안은 정치권에서 풀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당이 단독회담 의제로 제시한 '국정원 개혁' 문제 등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쟁은 국회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단독회담으로 해결될 사항은 아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확립된 지금에 와서 정당의 일을 마치 대통령이 당 총재이던 권위주의 시절 행해지던 담판으로 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5일 "야당의 단독회담 제의는 여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로 복귀한다면,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건가.
▶대한민국에 야당만 대표가 있고 여당은 대표가 없다는 것인가. 단독회담 제안은 꼬여 있는 정국과 민생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빠지고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만 논의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새누리당을 종이호랑이로 보며 무시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여당대표가 웃으면서 이야기하니 만만하게 보는 것인가. 3자회담도 5자회담도 무시하고 양자회담만을 고집하는데 그 속내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관련 사항은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먼저 국정원이 분골쇄신의 노력으로 개혁안을 제출하면 그 내용을 가지고 국회가 관련 상임위에서 개혁의지가 있는지 추가로 어떤 개혁안이 더 있는지 등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면 될 일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5자 회담을 고수하는 청와대 측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청와대를 설득할 수 있는 복안이 있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새누리당은 당'정'청 협의를 통하여 충분히 소통하고 있고 굉장히 잘 되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로 움직이는 종이호랑이가 아니다.
회담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입장을 민주당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민생현안에 대해 폭넓게 당 분위기도 파악하고 국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청와대의 분위기며 회담방식에 대해 청와대는 3자든 5자든 상관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타이밍상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한 직후에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양자회담을 제의했기 때문에 틀어졌던 것인데, 3자든 5자든 회담을 통해 풀면 되지 굳이 양자를 고집하면서 몽니를 부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소통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측면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입법부로서 가지는 의회권력의 기능을 다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현 정국의 당사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지 청와대와 민주당이 아님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국회 내에서 해법을 찾아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경색 정국의 해법으로 영수회담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영수회담이 아니라면, 국회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원내 복귀를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명분'은 무엇인가.
▶명분은 하나밖에 없다. '국민'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월세난, 일자리 문제 등으로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국회로 돌아오는데 무슨 명분이 필요한가. 국민이 고통받는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고 본다. 민주당은 하루속히 국회로 돌아와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이 민주당에 준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배재정 민주당 의원…"대통령 직접 나서 꼬인 정국 풀어야"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임하는 시대가 아니어서 영수회담 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박 대통령의 영수회담을 꼭 성사시켜야 하는 이유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실제로 여야 대표 간 회담이 제안돼 진행된 사실이 있다. 이견을 없애 합의문 작성 단계까지 갔다. 그런데 틀어졌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회 내에 특위를 만들어 논의한다는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다. 꼬인 정국을 풀고자 여야 대표 간에 한 이야기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제 여당의 대표가 풀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민주당의 인식이다. '영수회담'이라 이름 붙이는데 표현은 중요치 않다. 형식을 따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정국을 해결할 수 있는 키를 누가 쥐고 있나. (황우여) 대표께서는 긴밀한 접촉을 했는데 결과를 담보하지 못했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 노무현정부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였다. 영수회담을 했다. 당시 야당에서 '영수회담'이라는 명칭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복안(案)이 있나.
▶복안이라고 표현한다면, 그 복안은 청와대와 여당이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이 '불통의 이미지'를 전혀 없앨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취임 이후부터 인사문제는 불통의 문제 아니었나. 그 부담은 이 정권에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 정권을 쥐고 있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이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일차적 책임을 갖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는 것은 박 대통령 알현을 앙망하기 때문이 아니다. 정국 타개 해법 차원에서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국정원 개혁, 민주주의 수호라는 화두를 가지고 끈질기게 싸워나가겠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원내'외 병행투쟁은 초유의 일이다. 한 곳에 올인하는 것이 훨씬 쉽다. 하지만 두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국회라는 중요한 장을 버리지 않겠다, 국민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그 성과를 상징적으로 실질적으로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부자를 위한 민생이다는 말이 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것도 경제에서도 민주주의가 회복되지 않으면 서민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경제민주화 화두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입법이든 예산결산이든 (민생을) 꼭 챙겨서 어려운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영수회담이 성사된다면 박 대통령으로부터 꼭 들어야 할 말은 무엇인가.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관련한 진상 규명에 힘쓰고, 그 책임자를 처벌하고,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국기문란. 그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과 관련해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대화록을 공개한 일 등 총체적인 문란에 대해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은 셀프개혁이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약속을 받아야 한다. 남재준 원장 해임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안에는 국정원의 국내 파트 업무 폐지가 있다. 그런데 이번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은 국정원 내사를 통해 공개됐다. 국내 파트 업무를 없애면 이런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정원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김한길) 당 대표가 노숙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로 다음 날 이석기 의원과 주변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내 파트 폐지는 안 된다는) 그걸 주장하고 싶은 국정원이 타이밍을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게 민주당의 합리적 의심이다. 따져봐야 할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국정원이 수사한 사건 중 무죄로 판명된 사건이 많다. 국정원이 제대로 된 수사능력이 있는가, 국정원이 역할에 걸맞은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 국정원 개혁이 화두로 나왔다. 민주당은 지금 이 시점에서 국정원이 가장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관련 법안을 내고 당론을 결정할 것이다. 실질적인 정보기관으로 바로 세울 것인지를 핵심으로 놓고 토론과정을 거칠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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