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동해안, 해양관광 날개 달다

다음 달 개통을 앞두고 있는 포항운하. 멋진 하버 뷰를 자랑하고 있다.
다음 달 개통을 앞두고 있는 포항운하. 멋진 하버 뷰를 자랑하고 있다.

국민 피서 1번지 동해안. 그러나 여름휴가 때만 반짝 인기다. 휴가철이 끝나면 쓸쓸한 바닷가가 되어 버리기 일쑤다. 서해와 남해에 비해 매력도 떨어진다. 부산이나 인천, 여수처럼 멋진 야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즐길거리, 볼거리도 마뜩잖다. 사시사철 3천여 개 섬이 푸른 물빛과 어우러져 요트나 보트 동호인의 뱃길을 재촉하고 있는 서해와 남해가 부럽기만 하다. 그뿐인가. 이들 바다에는 바다낚시, 스킨스쿠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수역 또한 많다.

'부러우면 진다.' 다행히 동해안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미 멋진 하버 뷰(view)를 가진 세계적 미항(美港)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고부가가치 해양레저산업, 체험형 해양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사계절 사랑받을 준비에 나섰다. 몇 년 내로 스킨스쿠버트레이닝센터, 오션월드 해양관광단지 등도 등장한다.

◆세계적 미항

4일 포항 죽도시장 인근 포항운하(옛 동빈내항) 공사현장. 태풍 '도라지'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 힘든 세찬 바람 속에 한창 공사 중인 송도교가 조금씩 흔들리는 듯했다. 다리 난간에는 공사장 인부들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포클레인이 바닥 터 다지기를 하고 있었다. 해도동 형산강 입구부터 송도교에 이르는 길이 1.3㎞의 포항운하 건설 현장. 2011년 착공해 대부분의 작업을 마치고 막바지 공사만 남겨두고 있다. 이 운하는 다음 달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대부분의 구간은 정비를 마쳤고 벌써 시민들의 산책 및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작은 배를 싣고 있는 바지선, 해양경찰 순찰선과 화려한 요트가 정박해 있다. 동빈부두 건너 송도 쪽에는 퇴역한 포항함이 항구를 지키고 있다. 이 두 곳을 임시부교가 연결하고 있다. 이곳저곳에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모습도 보인다.

죽도시장 쪽으로 운하를 따라 걷다 보니 동상이 나온다. 묵묵히 짚가마니를 지고 가는 아저씨, 엿판 메고 장사하는 소년, 아기를 업고 물고기와 채소를 파는 아낙네, 흥정하는 어머니와 엿을 든 소녀…. 불과 몇십 년 전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 복원됐다. 정겹다.

1960년대까지는 형산강에서 유입되는 강물이 있어서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그러나 포항제철이 들어서고 주택지 등을 위해 형산강 쪽을 매립하면서 물길이 끊기게 되었다. 영일만에서 이곳으로 흘러든 바닷물이 40여 년 동안 갇혀버리는 바람에 썩고 악취가 지독한 내항으로 변했다. 주민들 사이에도 '똥강'으로 불리며 버린 자식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운하가 개통되면 별천지로 변신한다. 크루즈가 떠다니고 곤돌라 형태의 나룻배도 등장한다. 운하를 낀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수상카페, 워터파크, 수변상가, 비즈니스호텔과, 테마파크와 같은 각종 레포츠 시설이 들어선다. 이미 멋진 하버 뷰를 갖추기 시작했다. 야경은 홍콩과 부산 등지의 야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동빈큰다리에 올라가서 둘러본 포항운하(옛 동빈내항)의 야경은 그야말로 불야성.

육로는 물론 바닷길'하늘길도 넓어진다. 내년 말 KTX가 개통된다. 새마을호로 5시간 넘게 걸리는 포항~서울 운행시간이 2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또 포항을 중심으로 영천, 울산, 삼척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이 진행된다. 울릉도에 경비행장이 들어서면 하늘길도 넓어진다. 영일만항과 일본 교토(京都)부 마이즈루시를 연결하는 정기 페리선 취항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된다. 지난해에는 2만7천t급인 일본 국제크루즈선이 관광객 400여 명을 태우고 영일만항에 입항해 정기 항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포항항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김희진 씨는 "운하가 개통되면 포항의 랜드마크를 넘어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호주 시드니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 나폴리에 이어 세계적인 미항으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해양 관광지가 될 것이다. 운하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늘고 있다"고 했다.

◆하늘길 열리는 울릉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울릉도와 독도. 그러나 불편한 교통이 문제였다. 그동안 울릉도 가는 길은 험했다. 울릉도 여객선은 포항'강릉'묵호 세 곳에서 출발한다. 하루 1차례 운항하고 포항에서는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한다. 이동시간은 3시간이지만 상황에 따라 1, 2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대구에서 출발할 경우 넉넉잡아 5시간 정도 잡아야 울릉도에 도착한다. 독도는 더 고약하다. 2시간 정도 걸리지만 관광객 모두가 독도에 상륙하는 것은 아니다. 입도율은 60% 수준이다. 날씨가 좋아서 유람선이 출발해도 독도에 정박하는 것은 세 번 중 두 번 정도다.

그러나 하늘길이 열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동해안 대표 섬 울릉도는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해양관광지가 될 전망이다. 다행히 울릉도의 하늘길이 열리게 됐다.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직항노선 안의 경제성 분석결과, 종합평가 기준치를 통과하면서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향후 국방부 및 기획재정부 등과 최종 협의가 마무리되면 5년 동안 4천932억원을 투입해 50인승 경비행기가 오갈 수 있는 울릉공항이 건설된다.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김포공항에서 울릉도까지 1시간, 독도까지는 2시간 10분이면 갈 수 있다. 울릉공항건설 사업은 1980년 경비행장 건설 후보지 조사를 시작으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추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보류돼 왔다.

공항건설과 함께 관광자원 개발도 탄력이 붙었다. 2015년까지 울릉군 천부리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도비 포함 200억원이 투자된다. 국내 최초의 수중전망대, 인공해수풀장, 친수공간 등이 조성된다. 또 제3차 도서종합 개발사업에 2017년까지 총 495억원이 투자된다. 울릉도를 아름답고 살기 좋은 휴양관광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는 거북바위 전망공원, 행남 해안공원 및 도동 해안친수공간 조성, 선창 해안친수공간 조성, 내수전 바다 낚시터 조성 등 5개 사업에 34억원을 투자한다. 경북도와 울릉도는 공동으로 1988년부터 2007년까지 2차에 거쳐 총사업비 401억원을 투입해 171개 사업을 완료했다. 이심희 울릉도 문화관광 해설사는 "울릉도에 도서종합개발사업과 함께 수중전망대, 해안 인공풀장 등이 설치되는 천부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완공되면 국제적인 해양관광 및 휴양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해양관광 시대 활짝

경북도 역시 해양관광 개발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도는 올해 국비와 도비 88억원을 들여 울진군 스킨스쿠버리조트, 영덕군 오션월드, 울릉군 천부리 수중전망대 등 5개 사업을 완공하는 등 휴양관광벨트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우선 동해안 천 리를 잇는 해양관광 개발사업으로 울진군 원남면 오산항 인근에 바닷속 경관이 뛰어난 지점을 활용해 스킨스쿠버리조트를 조성한다. 스킨스쿠버 트레이닝센터 건립에 이어 올해 내 레저선박 계류시설, 클럽하우스, 수중테마공원 등을 조성한다.

또 영덕군 창포리에 전국 최대 풍력단지와, 산림문화공원과 바다를 연계하는 오션월드를 만든다. 사계절 체험'체류형 해양관광이 가능하게 된다. 또 해안산책로, 조형물 등도 설치된다.

일부 사업은 국가지원도 받는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2013년도 지역발전사업 평가에서 '해양관광자원시설사업'으로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울진군에 조성 중인 '스킨스쿠버 조성사업'은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표창과 인센티브 3억원을 받았다.

김준곤 경북도 해양개발과장은 "동해안 지역을 아름답고 특색 있는 체험'휴양형 해양관광단지로 조성하는 한편, 울진의 해양과학교육관 건립과 아울러 마리나 항만 개발, 연안 및 국제크루즈 등 중장기 해양관광활성화 과제도 국가정책 사업화가 되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연합작전도 시도된다. 5일 포항시 남구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경북도와 강원도, 울산시 등 동해안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신동해안 발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동해안은 수도권과 인접한 서해안이나 조선'플랜트 분야 국가 자원이 집중 투자된 남해안과 비교해 소외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3개 시'도는 융'복합 해양관광산업을 육성해 아름답고 깨끗한 해양환경 조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에는 동해안발전기획단 등을 만들어 동해안 해양관광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동해안 관광자원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쭉 이어졌다. 그러나 동해안 각 지자체들이 각개전투 형태로 치열한 '해양관광' 전쟁을 치르다 보니 대부분 정책이 유사하거나 중복됐다. 이 같은 개별적인 정책은 경쟁력이 떨어졌고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다"며 공동선언문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글'사진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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