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동 L아파트 건축현장 인근의 이면도로. 폭 8m 도로의 가장자리 폭 1m, 길이 20여m가 움푹 내려앉아 있었다. 흙을 가득 실은 25t 화물차량은 큰 엔진 소리를 내면서 꺼진 도로를 파도 타듯 기우뚱거리며 지나갔다. 침하된 도로에는 군데군데 사방으로 금이 가 있었다. 심한 곳은 3~5㎝ 너비 틈이 벌어진 곳도 있었다.
신축아파트 공사장을 드나드는 대형화물차량으로 인해 인근 도로 침하 현상이 나타나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또 기반 다지기와 흙 파내기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L업체는 올해 4월부터 수성구 수성동 신명여중 뒤편에서 L아파트 신축 공사(대지면적 5만4천457㎡, 건축면적 1만2천422㎡)를 벌이고 있다. 2015년 8월까지 계획된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하 2층에 지상 25층인 15개 동, 973가구가 입주를 하게 된다.
문제는 공사가 앞으로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인근 주민들이 도로침하와 균열, 소음과 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업체는 도로 일부만 부분적으로 보강하는 등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도로에는 덧댄 아스팔트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었고, 아스팔트 도로와 가장자리 하수도관 사이 인도(폭 50, 60㎝)는 10~15㎝가량 침하돼 있었다. 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살수차가 도로를 오가면서 바닥에 물을 뿌렸고, 물은 도로 곳곳에 침하된 곳으로 고여 흙탕물 웅덩이를 만들었다.
신천동로에서 진입하는 부분에는 '도시가스'라고 적힌 맨홀 뚜껑이 있었다. 맨홀이 시작되는 곳에서 30여m 이어지면서 도로침하(폭 50㎝ 내외) 현상이 나타났다. 약 3개월 전 도시가스를 묻고 다시 깐 아스팔트 부분이 침하된 것이다. 깊은 곳은 4, 5㎝로 어른 새끼손가락만큼 내려앉았다. 주민들은 대형화물차의 잦은 통행으로 도로는 물론 지반까지 내려앉아 땅속 도시가스 관로 안전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공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3, 4m 높이의 가림막 아래의 삭은 모래주머니의 모래는 바람에 그대로 날렸다. 화물차량에 묻은 흙이 도로 곳곳에 떨어졌고, 땅을 파는 중장비 소리가 요란했다.
공사장 인근 강모(51) 씨는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건설사 측에 수차례 항의를 했지만 말로만 도로를 보수하겠다고 하고 그대로 방치돼 있다"며 "최근 매설한 도시가스 관로 부분의 도로가 움푹 꺼져 있어서 안전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L업체 관계자는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에 대해 항의해 돔 형태의 에어 패드를 설치하고 공사 시작 시각을 오전 8시 30분으로 늦췄다"며 "파이고 내려앉은 도로가 생겼는데 이는 매주 토요일마다 부분적으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고,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되면 도로를 현재 폭 8m에서 폭 12m로 늘려 재포장할 것"이라고 했다.
수성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도로가 심하게 훼손되고 소음이 심해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L업체에 공문을 보내 전체 도로를 재포장하거나 세로로 반씩 나눠 아스팔트를 다시 까는 등 보강공사를 권고했지만 법적인 강제력이 없어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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