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기부 새바람, 음악

감성자극 통한 인성교육, 5월 금복주 기증 '점화'…사업시작은 서한

'아이들 교육에 지역 기업도 동참합니다.'

대구에 교육 기부의 새 장이 열리고 있다. 교육계와 지역 주민의 물품 지원, 재능기부 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이 하나 둘 교육 기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하고 매일신문사가 후원하는 '우리 마을 교육공동체 1사(社)-1교(校) 악기기부 프로젝트'가 그것.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선다'는 기치 아래 시교육청이 기업과 함께 학교 음악 활동을 활성화시켜 전인 교육을 돕고 지역 사회에도 공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대장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성공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경제학자이자 오르간 연주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시작한 것으로 마약, 폭력 등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에게 악기를 쥐어주고 음악을 가르쳐 감성을 키워준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등이 배출됐다.

시교육청이 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 5월 ㈜금복주가 명덕초교 등 10개 초'중'고교에 5천만원 상당의 모듬북을 기증하면서부터다. 시교육청 측은 "모듬북을 기증받은 학교들로부터 학생들의 정서가 순화되고 협동심과 자신감이 커지는 등 인성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해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이 프로젝트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지역 기업들과 끊임없이 접촉했다. 매일신문사가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악기를 기부하기로 결정한 기업이 하나 둘 나타났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지역 건설업체인 ㈜서한(서한장학문화재단)으로, 13일 오후 달성군 왕선중학교에서 이 학교를 비롯해 10개 초'중'고교에 모두 5천만원 상당의 악기를 전달했다.

왕선중 밴드부는 그동안 악기를 빌려서 연습했으나 이날은 ㈜서한이 기부한 새 악기로 당당히 시범 공연을 선보였다. 왕선중 권영란 교장은 "이번에 기부받은 악기가 우리 학생들의 음악적 소양과 재능을 키우고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함께 악기를 기부받은 포산고 김호경 교장은 "주말에도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지역 기업인 ㈜서한에서 악기를 지원해줘 학생들이 감성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 기업이 미래 인재를 위해 교육 기부를 한 것에 큰 감동을 받았고 학생들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는 지역 기업들이 더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일신문사도 악기기부 전달식이 있을 때마다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기로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음악 예술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교가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직 악기를 필요로 하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지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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