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족 이야기] 당신의 두 다리가 되어

"아이코! 어머니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실 때까지 참으셨어요." 50대 중반밖에 되지 않은 어머니의 무릎 관절 엑스레이 필름을 본 의사가 놀라서 내던진 말입니다.

그 고통이 정말 극심하다는 대상포진을 앓으면서도 아프다는 내색 한 번 안 하시던 어머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야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 보니 주무시는 어머니가 끙끙 앓고 계셨습니다. 놀라 살펴보니 다리를 펴지도, 굽히지도 못한 채 주무시는데 무릎 근처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무심한 자식은 그조차 눈치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양쪽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져 버린 어머니의 관절 상태로는 어쩔 수 없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누구보다 자존심 강하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계속되는 사업 실패와 병환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든 이후 갖가지 고생을 다하시다 스스로 보험회사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빌딩을 찾아다니며 '잡상인 출입 금지'를 외치는 경비원들에게 쫓겨나고 '잡상인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라는 이야기에 그조차도 타지 못한 채 온갖 수모를 겪으며 자식 같은 젊은 직장인들에게 굽실거리며 보험 설계를 하는 열정으로 저희를 키워 내셨습니다.

훌륭한 딸, 며느리, 아내로서 누구보다 역할을 충실히 하신 어머니! 늘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어 안으며 이제는 자랑스러운 훈장을 붙인 철의 다리로 새로운 출발을 힘차게 시작하시는 어머니는 제 인생의 등불이자 저의 작은 영웅이십니다. 이제는 제가 어머니의 두 다리가 되어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는 영웅이 되고 싶습니다.

전병태(대구 달성군 다사읍)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