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어이 없는 일본의 징용 조선소 세계 유산 추천

일본 정부가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20일 공식 결정했다. 기타큐슈시의 야하타 제철소와 나가사키 조선소처럼 아직 가동 중인 시설과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 등 8개 현의 28개 시설'유적이 추천 목록에 올라 있다. 일본은 이달 중에 잠정 추천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심사를 담당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2015년에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일본의 침략전쟁 때 조선인 노동자가 끌려가 강제로 일한 시설이 포함돼 있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웃 국가의 아픔과 관련 있는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것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기리는 세계문화유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반대에도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강행키로 했다. 일본의 역사의식 부재를 다시 한 번 드러냈을 뿐 아니라 이웃 국가의 아픔을 외면함으로써 호혜 선린의 외교 원칙을 어겼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침략 전쟁과 관련된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숨기기까지 했다. 일본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도 하는 하시마는 조선인 강제 징용 노동자들을 착취했던 대표적인 장소로 '지옥섬', '감옥섬'으로 불리며 피땀을 짜냈던 곳이다. 미쓰비시 그룹의 탄광이 있던 섬으로 조선인 징용자들은 해저 1,000m까지 내려가는 갱도에서 하루 12시간씩 강제 노동을 했고 1925~45년 사이 조선인 122명이 숨졌다. 나가사키 조선소 역시 조선인 4천700여 명이 강제 노역을 했으며 이들 중 1천600여 명은 원자폭탄 투하 당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역사를 은폐하고 왜곡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논란과 비난에도 직면할 것이다. 침략 전쟁의 흔적이 담긴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역사에 몰지각하고 몰염치한 행위일 수밖에 없으며 일본의 저열한 국가 수준을 드러내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문화재청이 추천하던 것을 총리실 산하 내각부가 추천할 수 있도록 관련 법까지 바꾸었다. 그 배경에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부적절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알려 등재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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