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지방기상청이 필요한 이유는 대구경북의 지형적 특성에 맞는 기상'기후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산경남의 남해안지역과 대구경북의 내륙지역은 기상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지형'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기상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대구경북'부산경남 기상 달라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내륙분지 지형이기 때문에 여름철 기온이 높고 게릴라성 폭우가 나타난다. 경북은 소백산맥을 끼고 있고 특히 산맥 주위의 문경과 상주, 김천 등지에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경북 동해안지역에 지진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분석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국지적인 기후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자체 기획운영 업무가 가능한 지방기상청이 있어야 한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은 이상기후를 겪으며 그 필요성을 절감했다. 올 5월부터 30℃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불과 한 달 전인 4월엔 70년 만에 대구에 눈이 내렸다. 봄철에 냉해와 우박 피해가 발생했고, 늦여름에 낙뢰와 돌풍이 잦았다. 지난해 겨울엔 대구경북 15개 시'군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고, 같은 해 여름엔 '산바'와 '볼라벤' '덴빈' 등 태풍이 연이어 상륙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기상'기후 정보는 이제 단순한 날씨 예보를 넘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재난 대비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공급 용량을 기상청의 매시간 예보 온도에 따라 정한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처럼 긴급 방제에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 기온 등 날씨는 중요한 정보다. 나아가 식품과 유통업, 건설, 플랜트 생산 공정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상'기후 정보가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은 농업에서 섬유, 철강, IT 등 다양한 산업이 분포돼 있어서 맞춤형 서비스가 절실하다.
이명수 대구기상대장은 "남서쪽에서 넘어온 기류가 다양한 산악 지형에 따라 갑자기 변하는 등 변수가 많은 대구경북 지형의 특성이 반영된 예측 수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선 지방기상청이 가진 기획과 예산운영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격 위해 지역 전체 힘 모아야
대구기상대를 대구지방기상청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벌써 10년이 됐다. 특히 올해가 청사 이전과 함께 지방기상청 승격의 적기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그러는 동안 기상청 내에서도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명박정부는 작은 정부를 강조했고, 박근혜정부도 복지를 내세우고 있어서 아직도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더불어 지방 행정기관의 축소와 통폐합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승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방기상청 승격에 대한 논의는 2002년과 2003년 태풍 루사(RUSA)와 매미(MAEMI)가 대구경북에 상륙,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대구경북 지역의 실정에 맞는 기상정보를 제공해 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방기상청이 필요하다는 것. 2004년 10월 국회의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승격에 대한 기상청의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2005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대구경북의 넓은 면적과 적은 예보 인력, 낮은 기상 서비스 만족도 등으로 인해 대구기상대를 승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신기섭 기상청장은 부산지방기상청이 관할하는 대구경북에 별도의 지방기상청을 운영하는 방안에 동의했고, 30여 명의 인력 충원과 30억원 규모의 청사 부지 확보 등에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2010년 8월엔 대구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미래포럼'에 참석한 전병성 기상청장이 "대구경북 기상 관할 면적이 너무 넓어 부산지방청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중앙부처 직제 개편이 마무리되는 2011년 4월쯤 대구기상대가 대구지방기상청으로 승격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해졌고 올해 초 대구시가 대구기상대의 지방청 승격을 다시 한 번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박영홍 대구시 도시재생과장은 "특히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가 컸고 신청사로의 이전이 예정돼 있던 터라 승격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현재 기상청 자체 인력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지역의 정치권도 승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뜻을 모아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해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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