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겸손과 배려의 선비정신은 삶의 필수 덕목"…김종길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장

"현재를 사는 종손들은 대부분 유교적 삶과 철학을 어느 정도 갖추고, 서로 소통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인 차종손들의 경우 현대인의 각박한 삶 속에서 차종손이라는 중책이 큰 부담일 것입니다. 차종손들의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위한 교육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12, 13일 대구경북 불천위 종가 종손들로 구성된 영종회(嶺宗會) 회원들과 차종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비정신을 체험하고, 경북 정체성 확립을 위한 젊은 종손들의 역할을 교육하는 기회를 마련한 김종길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장(영종회장'학봉 15대 종손). 고등학생부터 40대까지 차종손 80여 명이 한데 모여 얼굴을 익히고, 선비적 삶을 배우는 첫 자리를 마련한 그는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선비정신'이다"고 말했다.

"퇴계 선생의 청빈과 겸손, 끊임없이 자신을 반성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으로 상징되는 선비정신이야말로 핵가족화와 물질만능주의 등 현대 가족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지난 2011년 3월 대구경북 불천위종가 종손 114명이 모여 만든 영종회를 이끌고 있는 김 원장은 종손들의 친목 도모는 물론 경'효사상 등 전통적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사회에 종손들의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다음 시대 종가문화와 선비정신, 유교적 삶을 책임질 차종손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는 주인공이다. 김 원장은 "이번 모임에서는 차종손들과 종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비정신과 21세기를 사는 젊은 종손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옛 선비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에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리더의 자격을 교육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삼보컴퓨터와 두루넷 등 기업체 사장과 부회장 등을 지내다 지난 2008년부터 안동 서후면 금계리 학봉종가에서 종손의 무거운 삶을 살고 있다. 기업인에서 종손으로 삶을 새롭게 가꾸면서 그에게 표상이 된 것은 퇴계 이황의 '경'으로 대표되는 선비정신이었다. 이후 영종회장을 비롯해 박약회, 퇴계학진흥협의회, 도운회 등 유림단체를 대표하는 여러 모임의 수석부회장 등을 도맡으며 전국 유림과 종손의 삶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살고 있는 것.

김 원장은 "정보화와 물질문명의 발달로 수백에서 수천 년을 지탱해온 전통적 삶과 철학, 가치관, 윤리관 등이 무너지고 있다"며 "그나마 2002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 설립돼 학생과 교육자, 기업인 등이 선비문화와 선비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련원에는 3만5천여 명이 다녀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2015년쯤 교육시설을 확충해 선비정신에 대한 교육을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현대인들에게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선비의 삶과 철학이 스며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