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V 7' 파트너를 기다리는 삼성 라이온즈. 가을 야구의 단골손님이었던 삼성은 포스트시즌에서 굵직한 진기록을 여럿 남겼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연속 진출 포스트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룬 삼성은 특히 팀의 사상 네 번째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2006년, 3경기 연속 연장전과 최장시간 혈투 등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진기록을 생산해냈다.
삼성과 한화가 맞닥뜨린 2006년 한국시리즈는 삼성이 4승1무1패로 여유 있게 이겼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손에 땀을 쥐게 한 혈전이자 명승부로 이어졌다. 양 팀은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3경기를 연장전 끝에 승부를 가렸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후 한국시리즈까지 15일 정도 푹 쉰 삼성은 체력을 비축한 채 KIA와 준플레이오프, 현대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한화를 맞았다.
양 팀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흥미를 끌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끈 삼성은 짠물 마운드(평균자책점 3.33)를 보유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세계 4강에 올려놓은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팀 홈런 110개)으로 응수했다.
양 팀은 6차전 내내 투수전으로 맞섰고, 결국 마운드가 강한 삼성이 정상에 올랐다.
먼저 대구서 가진 두 차례 대결서 양 팀은 1승1패를 주고받았다. 10월 21일 1차전서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는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중반 오른쪽 팔꿈치가 찢어져 시즌 후 토미 존서리(인대접합수술)를 받을 예정인 배영수는 진통제를 맞는 투혼을 발휘해 한국시리즈 13경기 만에 첫 선발승(2구원승)을 올리는 쾌거를 맛봤다.
2006년 신인 돌풍의 주역 한화 선발 류현진은 한껏 기대를 하고 1차전 선발로 나왔지만 4⅓이닝 6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은 2차전마저 잡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나 비에 발목을 잡혔다. 비로 연기해 열린 23일 2차전서 삼성은 선취점을 뽑았으나 4회초 4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한 뒤 2대6으로 패했다. 정민철에 이어 4회 마운드에 오른 문동환은 3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 2차전 MVP를 차지했다.
진짜 혈전은 장소를 대전으로 옮긴 뒤부터였다. 25일 3차전서 삼성은 3대0 리드를 잡았으나 불펜의 권오준-오승환 'KO' 펀치가 동점을 허용, 뜻하지 않았던 연장전에 돌입했다. 다행히 12회초 박진만이 2루에 있던 김창희를 불러들여 결승점을 냈다. 당시 박진만은 6차전에서 한국시리즈 42경기째 출전, 통산 한국시리즈 최다 출장 기록(종전 41경기, 전준호)을 세웠다. 이후 SK에 둥지를 튼 박진만은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출전 등으로 출장 기록을 52경기까지 늘렸다.
4차전에서도 연장 10회 김재걸의 2타점 적시타로 승리(4대2)를 거머쥔 삼성은 28일 잠실로 이동해 치른 5차전서 또다시 연장 접전을 펼쳐야 했다. 1대1의 팽팽한 긴장감은 5시간15분에 걸친 연장 15회에도 깨지지 않아 결국 무승부로 처리됐다. 이는 역대 한국시리즈 최장 시간기록이었고, 3차례 연속 연장전 역시 최초였다.
6차전(29일'잠실)에서도 삼성은 3대0으로 앞서가다 6회 1점, 8회 1점을 내주는 등 한화의 막판 추격에 쫓겼다. 3대2로 앞선 삼성은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 몰리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지만, 오승환이 클리어를 2루수 플라이로, 데이비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힘겨웠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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