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한 지붕 두 가족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이 급증하면서 재혼가정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재혼가정은 가족관계에서 복잡다단한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재혼가정을 이루는 당사자들은 앞선 결혼생활에서 한 번씩은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상처를 씻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어 재혼가정을 꾸미지만, 정작 재혼가정에 있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고 깊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새 배우자는 전처나 전남편과의 결혼생활 경험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적 흔적이 내재해 있다. 앞서 경험한 부부관계의 불신으로 인해 새 배우자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 배우자를 신뢰하고 돕기보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다시는 버려지지 않으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의 표현이 결국은 왜곡된 방법으로 나타나, 이기적인 모습으로 서로를 괴롭히며 깊이 사랑하려 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결과, 머리가 두 개 달린 존재처럼 생각이 각각 나뉘어져서 서로 '파워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화합하지 못하고 한 가정에 두 가정의 가족심리가 존재하는, 이른 바 '불균형 가정'의 표상이 드러나게 된다. 이런 가정에서는 가족 간의 명칭조차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아내는 남편의 전처소생을 보고 '당신 아이' 라 하고 남편 역시 전처 아이들을 보고 '내 아이들' 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면서도 재혼가정에 대한 기대는 높기만 하다.

기승을 부리던 여름 더위가 뜨거움으로 달구어질 때 쯤, 필자의 상담뜨락에 마음마저 뜨거워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재혼가정의 부부가 찾아와 울음을 터뜨린다.

"제 새 아내는 내 집에서 자기 살림만 하는 사람 같아 실망스러워요." "제 새 남편은 우리의 가장이 아니라, 여전히 전처의 가장인 것 같고 나를 그 빈자리에 두고 필요한 것만 공급받으려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여 너무 화가 나요."

한 지붕 밑에서 두 가족의 형태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필자는 다독인다. '나에게 재혼해 온 이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보라' 고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