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국립공원관리공단 박보환 이사장

공공기관 CEO로 새 도전…"팔공산 국립고원 승격, 적극 돕겠다"

아내의 머리맡에는 그가 사 준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 있다.

늘 두통을 호소하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중환자실에서 13년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내일이라도 아내가 일어나 함께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선천성 뇌정동맥 기형'이라는 낯선 병에 걸린 아내의 병간호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그는 총선에 나섰고 18대 국회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그는 단 한순간도 아내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의원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박보환(57) 전 의원은 지난 9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 공공기관 CEO로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팔공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앞두고 자원조사 용역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6개월 정도 걸리게 될 팔공산에 대한 용역조사를 통해 국립공원으로서의 자연적, 인문적 보전가치가 충분하다는 보고서가 나온다면 팔공산은 올해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광주의 무등산에 이어 대한민국의 22번째 국립공원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 보전 차원에서 국립공원의 균형을 이루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경북에는 주왕산 국립공원과 경주가 있지만 경주는 산악형이 아니라 사적형 국립공원이다."

현재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대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대구시의회 등의 요구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추진위원회(장병호)와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범시도민추진위원회, 팔공산 국립공원 추진 범시도민운동본부 등의 시민단체도 꾸려져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는 "팔공산이 대구와 경북도 등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문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의 팔공산 사랑이 대단하기 때문에 환경저해시설에 대한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팔공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방송국의 송신탑과 레이더기지 등이 이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박 이사장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되자 공단 노조 측에서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부에 영향력 있는 정치인 출신이 이사장을 맡아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주변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국립공원 전문가'는 아니지만 의정활동과 정치경험을 토대로 공단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자부한다. 국회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 등 공단과 관련된 대외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끊임없이 소통해 공단의 대외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변화를 주도하고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여 공단이 한 걸음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앞장서겠다.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만들겠다."

그는 공단 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부터 찾았다. 이어 지난 3월에 지정된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설악산 소백산 북한산 국립공원을 잇따라 찾아나섰다. 하나같이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국립공원이다.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가서 국립공원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박 이사장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맡게 되자 주변에서는 평소에 산을 좋아하더니 결국 '산지기'가 됐다며 축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당직자 시절 그는 틈만 나면 새벽 출근길에 북한산에 갔다가 출근하곤 할 정도로 산을 좋아했다.

"산에 오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고 심신을 단련하고 정치활동으로 생긴 스트레스도 풀 수 있었다. 정책을 구상하거나 새로운 도전에 임할 때는 산에서 용기와 힘을 얻었다."

-국립공원을 지정하면 인근 지역주민들이 규제가 많아질 것으로 지레짐작해서 반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립공원 지정에) 찬성과 반대여론이 있지만 요즘은 지역주민들이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 팔공산의 경우에도 반대 목소리가 점점 적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팔공산 정상에는 여러 방송중계탑과 군기지가 있는데 도립공원으로 있으면 철거하기 어렵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팔공산의 경관을 해치는 시설들을 철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방송중계탑은 통합하는 것이 좋다.

요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대한 주민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장터마을 사업과 명품마을 조성에 대한 지역주민의 호응이 높다. 장터마을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1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주고 있고 올해로 10개째 조성하고 있는 명품마을도 지역주민들의 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국립공원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게 되자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달라는 주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정치인이 공단 이사장에 취임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리 공단은 전체 직원이 2천200여 명이나 되고 특히나 비정규직이 많은 조직이다. 이사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다. 우리 공단의 평균임금이 준정부기관 70곳 중에서 60위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환경부 산하기관 4곳 중에서도 우리는 산하기관 평균 임금의 81%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국립공원 관리 방식은 다른가.

"외국에서는 국립공원을 '공원청' 같은 국가기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 안에 사유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 사유지가 많이 포함돼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 국립공원 안에 집이 산재해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국립공원 전체에 대해 '안식년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립공원 전체가 아니라 전국 국립공원의 120개 정도에 이르는 일부 구간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정해서 통제하고 있다. 또 외국에서는 관리 주체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와 체포 권한까지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국립공원구역에서의 불법 무질서 행위는 ▷정해진 탐방로가 아닌 샛길로 다니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 ▷취사행위 ▷흡연 ▷무단주차 등이다. 탐방로가 아닌 샛길로 다니는 행위에 대해서는 50만원의 과태료 처벌을 내렸으나 민원이 제기되면서 2010년부터 10만원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지리산과 설악산 등의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국립공원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신청이 들어오면 환경성과 경제성 공익성 기술성 등의 케이블카 설치 가이드라인을 적용, 심의를 한다. 지리산은 4개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신청을 해서 자칫 지리산이 '삭도 국립공원'이 될 지경에 처했다. 각 시도 간 조율에 실패해서 케이블카 설치 요청은 일단 부결됐다.

공원관리위는 설악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 케이블카를 통해 등산을 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치하더라도 정상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것이 옳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다른 현안은 무엇인가.

"멸종위기 생물종 복원사업이 가장 큰 현안이다. 반달가슴곰이나, 여우, 산양 등 멸종위기종들을 증식하고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은 우리 공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여기에 공단만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며 재임 기간 중 사업 규모를 늘리고 전문성을 보강할 계획이다.

잘 보존되고 있는 자연생태계를 국민들이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공단의 핵심 업무이다. 올해부터 모든 야영 장비를 빌려주는 풀옵션 야영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민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아직 시작단계라서 월악산과 덕유산에서 시범 도입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좀 더 늘릴 계획이다.

가을에 개방한 한려해상 백리길도 인기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통영의 대표적인 섬 6개를 둘러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인데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어서 그런지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청와대 외국어 홈페이지 메인 콘텐츠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밖에 소외계층을 위한 '생태나누리 사업' 활성화, 환경성 질환자를 위한 생태탐방연수원 조성, 명품마을 조성 사업도 국민들을 위한 생태복지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사장으로서 직원들의 복지도 챙길 생각이다. 전국 국립공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임금 수준도 낮지만 자녀 교육이나 생활 문제 때문에 가족들은 주변 도시에 거주하고 본인만 근무지 근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두 집 살림으로 인해 주거비가 상승하게 돼 급여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급여 인상을 위한 노력도 해야겠지만 직원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관사 확충도 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국 오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처우 개선은 재임 기간 중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우리 국립공원이나 산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설악산은 섬세함이 살아있어 좋고 지리산은 넉넉함이 있어 좋다. 또 북한산은 도심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힘들거나 외로울 때, 지인들과 즐거움을 나눌 때 쉽게 오를 수 있어 좋다. 공단에 와서 보니까 국립공원마다 특징이 보인다. 정말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산들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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