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와대 녹지원 아리랑과 중국 가야금 기네스 등재

문화 융성시대를 맞아 한반도에 신문예부흥기를 꽃피우려면 우리 문화를 제대로 보존하고 전파하려는 노력과 선 투자가 시급하다. 이는 중국이 자기네 국경 내에서 이뤄진 것뿐만 아니라 고구려, 발해와 같은 우리 고대사마저 자기네 역사로 떼가려는 동북공정의 논리가 영토 문제를 넘어서서 전통문화'역사 분야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귀담아들어야 할 문제이다.

지난 8월 26일,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용정시 가야금 기네스 세계기록 도전' 행사가 열렸다. 해란강 체육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포스코차이나가 후원하였고, 9살부터 70대까지 854명이 가야금을 동시 연주하며 노래까지 불러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들은 가야 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가야금을 타며 중국 전통 민요 모리화(茉莉花)와 한국민요 아리랑을 불렀다. 중국이 소수민족의 문화를 보존하려는 좋은 취지이나 이를 빌미로 또다시 역사왜곡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심사에서 "아리랑 역사가 우리에게 있고, 우리가 국가지정을 했으니 명칭을 한정하라"고 고함까지 쳤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백과사전 격인 바이두(百度)에도 '우리 노래 아리랑을 조선반도 중부까지 전했다'고 적고 있다. 역사학자 신채호나 민족시인 윤동주 마저 중국 조선족으로 억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왜곡이다.

이미 국가무형유산으로 가야금을 등재해 놓은 중국이 용정시 조선족들의 가야금 세계 기록을 앞세워 가야금 혹은 가야금 병창까지 그들 것이라고 우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된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인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의 지적처럼 기네스북에 등재된 용정시 가야금 세계 기록을 우리 손으로 빨리 대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2일 지산군 고분군 일대를 포함한 대가야 농촌문화체험특구(고령읍 고아리 일대)에서 제3회 걷기대회를 성황리에 연 경북 고령은 가야금의 선율이 흐르는 곳이지 않은가.

최근 쑥부쟁이 구절초 억새 등 야생초로 꾸민 청와대 녹지원에서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1주년(12월 5일)을 앞두고 '문화융성의 우리 맛, 우리 멋 아리랑 공연'이 열렸다. 72개국으로 수출된 한류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궁중 요리까지 곁들인 청와대 아리랑 공연은 아무리 험난한 고개라도 반드시 넘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 혼이 깃든 아리랑의 현재를 다양하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인제 남초등학교 아카펠라 그룹 한샘 기온 레인보우합창단의 홀로 아리랑,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의 강원도 아리랑, 영화배우 안성기가 소개한 춘사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연극배우 박정자의 아리랑이 흐르는 시, 팝핀 현준의 춤과 박애리의 노래로 표현한 아리랑, 중요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안숙선과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의 아리랑연곡, 중요무형문화재 여창가곡 이수자 강권순의 긴 아리랑, 아리랑 카덴자와 발레, 김장훈 아이유 김재중 등이 부른 케이팝 아리랑, 국립극장 문화동반자가 들려준 아시아 아리랑 등 다양한 장르로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로 이어져내려오는 아리랑을 소개했다. 정부가 앞에서 끌고, 민간이 뒤에서 미는 문화융성의 시대가 한반도의 네오 르네상스를 앞당겨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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