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양(量)보다 질(質)

공연하는 사람의 최대 관심사는 관객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이다. 티켓이 안 팔려 마음 졸일 때의 스트레스는 달리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거의 만석에 가까워지고, 문의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하면 응대하느라 정신은 없지만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간다. 뭘 안 먹어도 배부른 것처럼 속이 든든해진다. 그리고 객석을 꽉 채운 관객의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리 자주 생기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순수 예술을 주로 하는 공공아트센터 입장에서는 객석이 반만이라도 찼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속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대구 국제오페라축제의 객석점유율이 84%를 기록했고, 일부 공연은 전석매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총 관객이 3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오페라라는 장르야말로 현대무용과 함께 관객에게 다가가기 가장 힘든 장르가 아닐까 싶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관람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다가갈 수 있다. 클래식 연주도 작곡가에 따라, 연주자의 지명도에 따라 그 파급력이 달라진다. 그러나 오페라는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선호도, 감상능력 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처음 접근하기가 어렵고, 어렵사리 첫 만남을 가진다 해도 그것이 곧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좋아하고, 알고 보는 사람에게는 즐길거리가 한가득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겐 그보다 지겨운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구에는 오페라를 보는 사람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10년 동안 오페라축제가 키워온 관객 3만 명은 정말 소중한 숫자다. 그러나 이 3만 명이 향후 2, 3년 후에는 4만이 되고 5, 6년 후에는 5만이 되고, 10년 후에는 10만 명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면 좀 참아주십사 말씀드리고 싶다.

공연 예술축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관객의 숫자보다 축제의 수준이다. 3만이 5만 명이 되려면 축제의 프로그램 가짓수가 갑절 가까이 늘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지금 있는 3만 명 관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올해 한 편의 작품이 매진되었다면 내년에는 두 편의 작품을 매진시키겠다는 목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3만 명의 대구 관객이 멀리 사는 친구를 초대하게 해, 서울의 오페라 관객도 대구오페라축제를 보러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축제의 위상이 높아진다면 오페라를 보지 않는 대구시민들도 오페라축제에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300만 베를린 시민의 자랑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에도 모든 베를린 시민이 다 보러오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최영/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furyo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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