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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제조업체 89% "근로시간 단축 부정적"

정부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 단축 추진에 대구경북 지역 제조업체 대부분이 기업 경쟁력 하락과 근로자의 실질임금 축소를 가져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부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 단축 추진에 대구경북 지역 제조업체 대부분이 기업 경쟁력 하락과 근로자의 실질임금 축소를 가져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하반기 직원 채용을 망설이고 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축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인력을 늘릴 수 없어서다.

이곳 대표는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 새 인력을 고용해야 하지만 정확한 인력수요를 재단하기 어렵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제조업체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제조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과 섬유업계는 근로시간 축소가 어렵다며 보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제조업체의 고민

고용노동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화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평일 연장 근로 12시간에 휴일 근로 16시간을 포함해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 연장 근로를 모두 포함한 초과근로 가능 시간이 12시간으로 제한된다.

한 업체 대표는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의 생산성 감소와 근로자의 실질임금 하락 등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59개 기업을 대상으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업계 의견조사'를 한 결과 법 개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 중 82.4%가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조사에 따르면 지역 제조업체의 89.1%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0.0%에 이르렀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확충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교대제 근무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인난으로 신규인력 채용이 어렵고 실질 임금 감소로 기존직원의 이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 자동차, 섬유업체 경쟁력 상실

지역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과 섬유 업체의 반대 의견이 강하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경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71.4%, 66.7%로 나타났다. '긍정적'이라는 평가는 한 곳도 없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우리는 기계를 정지했다가 다시 가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24시간 연중 생산가동이 필요하다"며 "업종 특성상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을 매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영진의 한 임원은 "일요일 특근을 없애는 등 근로시간 조정에 힘쓰고 있지만 정부의 개선안을 지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줄어드는 노동 시간만큼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적은 임금으로 짧은 시간만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고 직원들에게도 이익이 줄어드는 등의 역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근로자의 소득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직의 경우 임금이 시간당 계산이 되는데 연장근로 시간이 12시간으로 제한되면 그만큼 보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

한 섬유업체 대표는 "실질 임금 하락으로 근로자의 반발이 예상되고 기업에서는 숙련자의 근로시간 감소로 생산성 감소가 우려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연장 또는 휴일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납기와 특수한 수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기업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상의 관계자는 "업종 및 규모를 고려한 근로시간 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소기업은 정책 결정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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