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도쿠시마에 위치한 작은 조선업체인 이무라 조선. 이 회사엔 정년이 없다. 본인이 그만둘 생각이 없다면 퇴직이란 있을 수 없다. 근로자 평균 연령은 53세. 70세를 넘긴 근로자도 여러 명 있다. 회사는 고령 근로자들이 직장에 충성도가 높고 젊은이들의 모범이 된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준다. 최고령 근로자는 77세. 정규직으로 하루 8시간 일하는 조선공이다. 그는 정년제가 없어 가계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월평균 27만엔(한화 300만원)을 받는다.
#사례2=72세 A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대형병원의 촉탁사원이다. 하루 8시간, 일주일에 3일 근무하는 간호사다. 평균 월급은 한화 200만원 정도. 건강도 유지하고 일하는 보람을 느껴 일석이조라고 말한다. 76세의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종일 근무를 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들이 일을 그만두는 것은 오히려 낭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A씨는 쉬는 날이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노인 혼자 사는 가구를 찾아 건강도 체크해 주고 말벗도 되어준다. 나이가 들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한다.
◆평생 현역을 향하여
세계는 지금, 정년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겪어야 하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정년연장을 위해 기업 정부 사회가 머리를 맞대며 그 방법을 찾고 있다. 일본의 정년은 1994년 55세에서 60세로, 2006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시행에 앞서 정부는 유예기간을 두어 기업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다. 일본 정부는 정년연장을 하면서 올해 4월까지 고용할 근로자를 선별할 권리를 기업에 부여했다. 기업이 정년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규정폐지 등 3가지 가운데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기업의 83%가 60세 된 사원을 일단 정년퇴직시킨 뒤 다시 채용하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은 나이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한다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년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다만 직종의 성격에 따라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정년을 두고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소방관 연방교통감독과 주경찰 등 일부 직종에서는 정년제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영국은 정년퇴직연령명시를 2011년 금지시켰다. 오직 나이만을 이유로 은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근로자의 동의를 받고 사실상 정년제 운용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의 정년연장은 겉으로는 고령자의 인력 활용과 연령차별 금지를 내걸고 있지만 연금수령시기를 늦춰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독일의 정년은 65세이지만 2029년까지 67세로 점진적으로 늘려가도록 독일의회가 결정을 내린 상태다. 스웨덴은 67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다만 61세부터 은퇴를 선택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정년을 62세에서 60세로 줄였다. 프랑스에서는 정년은 곧 연금을 100% 수령하는 나이를 뜻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약으로 내걸어 표심을 잡고 있다.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정년을 2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역시 국가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테랑이 좋아
일본의 다이킨 공업은 고령근로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노리유키 회장이 취임하면서 수평적 조직 운영을 통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경영모토로 내세우면서 고령근로자의 천국을 맞게 된 것이다. 일명 '이노우에이즘'으로 불리는 이 경영법은 직원의 열정을 끌어내 일할 맛이 나는 직장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법이다. 이를 위해 직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근무형태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근로자를 위해 탄력적인 근무시간제는 물론 집안에 돌봐야 할 사람이 생기면 언제든 휴가를 낼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고령근로자는 회사의 지혜 주머니다. 여기에 승진이나 출세와는 동떨어져 있어 조직문제를 정확히 조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경영부진에 빠진 자회사를 회생시킨 고령근로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시니어스킬계약사원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전문지식과 대량 인맥을 가진 직원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2001년에 생겼다. 현재 70명이 이 제도에 따라 근무 중이라고 한다. 최고령자는 72세다.
◆문제점은 이렇게 극복한다
가노우 히데토시 일본 릿교대학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자 재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임금수준이 법정 은퇴연령 이전의 40~50%에 머문다는 점이다. 또 신분도 비정규직이 압도적이어서 재취업자 중 12%만 정규직이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세대 간의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정년연장이 오히려 청년세대의 고용을 창조한다는 연구도 있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정년연장에 대해 부정적이다. 히데토시 교수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지향적인 이분법적인 취업대책 대신 생애연장선상에서 청년층과 고령층이 공생하는 협력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장에서도 세대별로 협조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근로모델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재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종전의 임금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니시에티브 50플러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낮은 수준의 직장에 재취업했을 때 해당 노동자에게 국가가 감액된 급여 부분만큼 보조해 줌으로써 고령 노동자의 취업을 촉진하는 제도다.
일본에서는 평생현역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령자 고용확보 충실장려금을 만들고 ▷텔레워크 보급 및 촉진을 마련하여 취업자 중 20%까지 재택근무 확대를 지원하며 ▷실버인재센터를 지원해 고령근로자를 위한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공평하고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연금제도를 만들었으며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에 관한 개선조치를 중점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퇴직 후 창업을 위한 각종 지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고령층 임금노동자가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 실업금여 대신 SEA(Self-employment Assistance)를 지급하여 노인인력에 맞는 자영업으로 전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을 위한 전국 규모의 경영 및 기술을 지원해 주는 조직을 만들어 중고령층이 자영업으로 전업을 희망하는 경우 필요한 기술과 경영기법들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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