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주택에 사는 전모(53) 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근심이 깊어진다. 전 씨는 "비만 오면 마당에 있는 하수구에서 물이 분수처럼 솟구친다"며 "여름이면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에 벌레까지 꼬여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전 씨의 집 하수구에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전 씨의 뒷집에 4층 다가구주택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전 씨가 이곳으로 이사 온 1993년 당시, 전 씨의 집에서 나오는 빗물과 생활하수는 뒷집 하수관과 연결되어 공공하수관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뒷집이 이사를 가고 난 자리에 다가구주택이 들어오면서 전 씨의 집과 연결된 하수관이 끊어진 것.
전 씨는 "10년 넘게 써오던 하수관인데 갑자기 하수관이 끊겼다"며 "이제 우리 집에서 나오는 오수와 빗물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가구주택 소유주는 "공사 과정에서 하수관이 끊어진 사실을 몰랐다. 하수관 공사를 하게 되면 땅이 꺼지거나 벽에 금이 갈 수 있어 공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 씨의 집은 주변 다른 집들보다 지대가 80cm가량 낮아 우수기가 되면 모든 빗물이 전 씨의 집으로 모여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전 씨의 집은 집중 호우가 쏟아질 때는 마당에 있는 하수구에서 물이 솟구쳐 올라 양수기로 퍼내지 않으면 통행을 할 수가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현재 전 씨의 집과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우수와 생활하수는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어 환경오염까지 우려된다. 전 씨는 "다가구주택에 여러 차례 하수관을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며 "이제는 구청이 나서서 개인 배수설비를 공공하수관과 연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구청도 해결 방법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심 중이다. 남구청에 따르면 공공하수관과 연결되는 개인 배수설비는 사유재산으로, 임의로 끊는다고 해도 행정적 제재를 할 수 없다. 전 씨의 집 앞 소방도로 방면으로 나있는 공공하수관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 소방도로에 묻힌 공공하수관(60m)의 높낮이를 맞추는 공사를 해야 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남구청 건설방재과 관계자는 "개인 배수설비는 도면에도 나와 있지 않아 준공검사를 할 때 앞집과 연결된 하수관을 끊은 사실을 몰랐다"며 "지금은 뒷집에서 하수관 연결을 허락한다면 연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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