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과 설렁탕은 뭐가 다를까? 정답부터 말하면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점은 국물에 있다. 설렁탕은 뼈와 내장, 머리 고기를, 곰탕은 질 좋은 고기를 중심으로 국물을 낸 것이다. 둘 다 국물을 내려면 오랜 시간을 끓여야 하지만 뼈에서 골수를 우려내는 설렁탕은 곰탕보다 더 오래 고아야 한다. 잘 끓인 설렁탕은 뽀얀 색이 되고 곰탕은 노르스름한 빛이 돈다. 또 곰탕에는 면을 넣지 않는다.
그러나 업소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나 조리법이 조금씩 달라 명확하게 가르기는 쉽지 않다. 설렁탕에는 반드시 뼈가 들어가며 무와 양념을 미리 넣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겠다. 곰탕과 설렁탕은 국물 맛도 달라 곰탕 국물은 진하고 무거운 반면 설렁탕 국물은 담백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곰탕 중에도 따로 사골 곰탕이 있으니 따지고 보면 설렁탕도 곰탕의 일종이다.
대구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에 있는 '한우정 곰탕'은 곰탕과 설렁탕을 합쳐놓은 것이다. 서울 출신 계미옥(64) 사장이 대구로 시집와 창업한 곰탕집이다. 22년이나 됐다. 먼저 소뼈와 머리 고기, 양 등을 넣고 끓여낸다. 고기를 건져내고 다시 뼈를 넣고 푹 고아 국물을 만든다. 소는 국내산 한우를 쓴다. 맛도 설렁탕이라고 하기엔 맑은 편이고, 곰탕이라고 하기엔 좀 뿌옇다. 맛도 곰탕 특유의 고기 육향과 설렁탕의 뼈를 곤 고소한 맛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다. 여기에 고명도 푸짐한 편이다. 소의 양과 머리 고기를 듬뿍 넣었다. 탕을 담은 뚝배기가 커서 양이 푸짐해 성인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허연 김이 무럭무럭 나는 뚝배기 곰탕. 국물은 밑간을 했다. 국물이 진해 실제 염도보다 체감 염도가 더 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싱겁게 느낄 손님을 위해 식탁에 소금을 놓아두었다. 계 사장은 "탕과 담쌓은 젊은이나 어린이도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새로운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는 설렁탕에 비해 곰탕 국물은 다른 부재료와 만나 다양한 맛을 창출해낸다.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이나 양념장(다대기)을 넣어 먹으면 뼈 국물 특유의 고소한 맛이 반감된다. 그러나 곰탕은 깍두기, 김치, 양념장 등 다른 부재료와 함께 하면 그 맛이 확장된다.
뚝배기에 잘 담겨 나온 국에 흰 쌀밥을 말았다. 제 색깔을 잃지 않은 대파가 구미를 더욱 돋웠다. 곰탕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담백하지만 밍밍하지 않았다. 고기 국물 특유의 구수함이 입안에서 착 감긴다. 수북하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고기가 많이 씹힌다. 진하면서도 개운한 뒷맛이다. 대개 곰탕을 사먹기 부담스러운 것은 노릿한 냄새 때문인데 이 집 곰탕은 잡내가 없다. 수입 뼈가 아니라는 증거다. 구수하고 깔끔한 소고기 국물 맛 때문에 소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새콤하게 익은 김치나 깍두기를 곁들여 한 숟갈 먹으면 입안이 진수성찬이다. 김치는 짜지 않고 뒷맛이 구수하다. 깍두기 역시 짜지 않고 살짝 단맛이 감돌면서 적당히 익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무선조종 동호회 이성열(43) 씨는 "뚝배기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개운하게 먹을 수 있는 곰탕"이라고 칭찬했다.
곰탕도 곰탕이지만 이 집의 수육도 최고다. 촉촉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육질이 맛을 더한다. 냄새 나는 부위를 미리 제거하기 때문에 소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소머리 고기 중에서도 귀한 볼 살 위주로 사용한다. 계 사장은 "곰탕에는 연하게 씹히도록 얇게 쓴 수육이 들어가고 수육에는 씹는 맛을 위해 도톰하게 썰어 낸다"고 했다. 김복이(38) 씨는 "야들야들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고, 쫀득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다"고 했다.
회의도 할 겸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들른다는 이성열 씨는 "고기 양도 많고 국물 맛도 끝내준다"며 "한 그릇 하면 속이 든든해진다"고 했다. 이 씨는 뒷맛이 깔끔해 또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주성(35) 씨 역시 "고기는 쫀득쫀득하고 국물은 진국이다. 고기가 많이 들어 따로 수육을 시키지 않아도 술 한잔 먹을 수 있다"며 "특히 누린내가 나지 않아 자주 들른다"고 했다. 김복이 씨는 "다른 곰탕집보다 고기 양이 많아 좋다"고 했다.
송한성(39) 씨는 "원래 푹 곤 탕 같은 것은 못 먹는다. 내 돈 주고 안 사먹는데 이 집은 다르다"며 "소고기 특유의 누린내 같은 잡내가 나지 않고 국물도 고소하다. 특히 뒷맛이 깔끔해 회원들이 가자고 하면 저항(?)하지 않고 따라 간다"고 했다. 또 "이 집의 육개장도 토란과 고사리 등 나물이 억세지 않고 식감이 부드러워 맛있다"고 덧붙였다. 계 사장은 "신뢰를 주기 위해 언제나 같은 맛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곰탕따로 6천원, 특곰탕 9천원, 양곰탕 6천원, 설렁탕 5천원, 육개장 5천원, 꼬리곰탕 9천원, 꼬리수육 2만5천원, 소수육(작은 것) 1만5천원, 양수육(큰 것) 2만5천원. 포장판매도 한다.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규모: 좌석 30석, 입석 30석, 2층 좌석 10석 등 총 70여 석
▷주차장: 인근 공영주차장
▷영업시간: 오전 5시 30분~오후 10시(매월 둘째'넷째'다섯째 일요일과 추석'설 연휴 휴무)
▷예약: 053)423-4474. 북구 칠성동 칠성시장 내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