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성형과 광고

인터넷, 잡지, 지하철, 택시, 버스, 길거리에 성형 광고가 홍수를 이룬다. 인터넷 성형 광고 검색 및 클릭이 인터넷 회사의 주요 수입이고, 여성 잡지들을 들추다 보면 성형 광고가 너무 많아 여성지인지 광고잡지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원래 의료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업종이라 광고가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규제가 풀리면서 무분별한 인터넷과 광고 회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획일화된 형태의 성형수술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한 한국 연예인 모습이 비슷비슷해서 잘 구별할 수 없다고들 한다. 특히 얼굴을 작게 보이게 하기 위해 사각턱 수술을 많이 해서 한국 사람들 턱선이 없어지고 있다. 또 아름다운 버선 모양의 코를 만들기 위해 약간 들창코 형태로 코를 세워 한국 미인의 코가 모두 똑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성형은 집, 차, 여행 다음으로 생활필수가 됐다. 압구정동에 500개가 넘는 성형외과가 있고 한 건물에 9개의 성형외과가 개원한 곳도 있다. 인구대비 성형수술 건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단연 최고다. 얼굴 성형뿐만 아니다. "못생긴 여자는 용서하지만 뚱뚱한 여자는 용서 못 한다"는 말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은 죄인 취급을 받고 몸매 성형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의료광고는 일반인들에게 진실된 의료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최근 성형광고에는 진정한 의학지식의 전달을 찾아볼 수 없다. 성형수술이 마치 비싼 옷이나 장식물을 사는 것처럼 여자들의 사치를 만족시켜주는 기술로 여겨지고 있고 성형외과를 의술이 아닌 상술로 몰아가고 있다. 일부 의사들이 성형수술을 이벤트의 경품으로 내걸면서 스스로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다.

광고를 내는 의사들은 의사로서 최소한 체면을 내던진 것 같다. 서로가 제일이라면서 상대를 비방하는 의료광고들은 그 광고의 효력이 오히려 상실되고 있다. 의술은 상술이 아니라고 의사들은 외친다. 그러나 광고는 마치 장사꾼 광고 같은 인상이다.

병원의 광고가 장사를 하는 집 광고보다 더 요란스러워야 되겠는가? 사실인즉 병원 경영에 있어서 환자의 신뢰가 있고 진료 내용이 충실하면 광고할 필요가 없다. 치료를 잘 받은 환자가 다른 환자를 소개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광고이다.

성형수술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외과 수술이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의술이다. 성형수술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연관돼 있다. 환자 생명을 담보로 경품 이벤트를 하거나 과다 광고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꼭 광고를 하려면 검증된 의학상식 안에서 엄격한 질서 속에 이뤄져야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행정당국이 규제를 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스스로 생각의 전환을 해서 자체 정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사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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